[이슈+] "갤S6 엣지 2만원"…갤노트7에 또 판치는 불법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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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 모서리'가 갤S6 엣지?[ 박희진 기자 ] "수육모서리 컨디션 5병. ㄹㄱㅂㅇ 59병 6번 드시고 부가재료 2병."
단속 피하려 비공개 밴드서 은어 사용
갤노트7發 가입자 뺏기 경쟁 가속
주말 불법 영업 기승일 듯
지난 2일 한 비공개 밴드에 올라온 글이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이 글은 "갤럭시S6 엣지 5만원. LG유플러스 번호이동 데이터59.9 요금제로 6개월 이상 사용하고 부가서비스 2만원"이라는 뜻이다.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은어를 사용한 불법 영업이다.제품 구매 조건과 재고 상황을 야구에 빗댄 글도 올라왔다.
"KT 위즈 이적선수. 수육모서리 양 많은 것 2번. 곧 은퇴할 것 같습니다."
이는 "KT 번호이동 시 갤럭시S6 엣지 용량 큰 것 2만원. 곧 품절될 것 같습니다"라는 의미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이같은 음성적 마케팅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휴대폰 보조금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신형 스마트폰 출시 전후엔 구매 대기자 유치와 구형 제품의 재고떨이를 위한 불법 보조금이 성행한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두고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선 또 다시 불법 보조금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4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이통사 대리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갤럭시S6 엣지를 비롯한 구형폰에 불법 보조금을 실어 가입자 끌어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갤럭시S6 엣지는 지난달 10일 출시 15개월이 지나 단통법의 공시지원금 규제에 벗어난 제품이다. 이통3사 모두 해당 제품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한 차례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당시 갤럭시S6엣지 32기가바이트(GB) 모델은 최저 10만원대 초반에 구매가 가능했다.
현재 소비자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통3사를 통해 갤럭시S6 엣지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소비자가 많이 선택하는 월 6만원대 요금제 '데이터59.9' 기준(2년 약정)으로 공시지원금 47만원에 대리점에서 추가로 주는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합하면 갤럭시S6 엣지 64GB 모델을 21만5200원에 살 수 있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75만5700원이다.
밴드에 올라온 글대로 같은 모델을 동일한 요금제 조건으로 5만원에 팔았다면 합법적인 지원금 외 15만원가량의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셈이다.KT에서 해당 모델을 구매하려면 월 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공시지원금 45만원에 추가 보조금을 합해 23만8200원이 든다. 2만원에 팔렸다면 판매자가 지급한 불법 보조금은 20만원이 넘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2일 번호이동을 통해 529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 이틀 기준 번호이동 순증 규모로는 올 들어 최고치다. 통상 평일보다 번호이동이 많은 주말 기록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는 각각 469명, 60명이 감소했다.
음성 마케팅 중인 대리점들은 가입자에게 정상적인 할부원금을 내게 한 후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 등을 통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다.
공시지원금 외 대리점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의 재원은 이통사 본사에서 주는 판매장려금이다. 이에 이통사에서 대리점에 대규모 판매장려금을 뿌리고 이 중 일부가 불법 보조금으로 지급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 경쟁이 불붙고 있다"며 "통상 주말 대비 번호이동이 적은 평일에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통업계는 '갤럭시노트7' 출시가 다가오면서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페이백 등 불법 보조금이 성행하면서 합법적으로 영업 중인 대리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번 주말을 포함해 오는 19일 갤럭시노트7이 출시되기 전까지 매 주말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출시라는 큰 이벤트가 있는 만큼 당분간 통신사간 가입자 뺏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