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자세히,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우리나라 옛 그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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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이용영 수원시도서관사업소장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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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는 오주석이 초보자도 어려움 없이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옛 그림 안내서다. 그는 옛 그림을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에 비유했다. 그저 물끄러미 무언가를 오래도록 찬찬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우리 내면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대상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관심, 사랑이 자란다고 했다. 그것을 보고 있는 동안 마음이 편안하고 기쁨에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마도 옛 그림을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느낀 나름대로의 그림 감상법인 듯하다. 저자는 전문 용어가 난무해 읽기를 방해하는 일 없이 대체로 평안한 해석과 면밀한 관찰자의 시각으로 옛 그림에 대한 평을 곁들여낸다. 문체도 편안하고 간결하면서도 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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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크기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결한 선비가 물을 바라본다’는 뜻인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라지만 저자의 해설을 읽으며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림 속 소재가 모두 살아 움직이는 큰 그림 같은 느낌이 든다. 정조가 아낀 화원 김홍도에 대한 저자의 사랑은 정조만큼 깊고 크다.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넉넉한 여백과 두보의 시, 늙은 김홍도가 풍류를 즐기는 멋스러움과 옛 음악의 가락까지 듣는 듯해서 좋아한다고 했다.‘송하맹호도’ 해설은 기막히다. 호랑이 터럭 한 올 한 올을 수천번 거듭 그려야 하는 세밀화다. 저자에 따르면 소나무 아래 호랑이는 이미 그냥 호랑이가 아니다. ‘산어른’다운 기운이 절로 느껴지고 호랑이 모습 속에 우리 민족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오주석의 해설은 옛 그림에 숨어 있는 동양적 사고를 충분히 끌어내 그림이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의미 해석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늘 곁에 두고 가끔씩 읽어볼 때마다 언제나 마음에 여유를 주는 책이다. (오주석 지음, 솔, 각권 264쪽·235쪽, 각권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