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 '애국심'에 빠지다

북한 핵위협에 중국 사드반발 겹쳐 안보의식 높아져

탈북 선수 내세운 '국가대표2' 시사회 눈물바다
'인천상륙작전' 500만 돌파
6·25전쟁의 숨은 영웅들을 그린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이 7일 관객 5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다. 개봉 12일 만이다. 18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70만명. 관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대형 흥행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조선 마지막 황녀의 슬픈 삶을 담은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는 지난 3일 개봉해 나흘 만에 1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도 시사회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어 ‘흥행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세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애국심이다. 완성도가 높은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이 고조돼 ‘애국주의 영화’의 흥행몰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미처 몰랐던 우리 영웅…인천상륙작전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요소는 영화 ‘명량’의 흥행 요소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온 국민이 아는 역사적 사건을 세부적으로 조명한 것. 맥아더 장군(리엄 니슨 분)만 영웅으로 알고 있던 관객들이 한국인 첩보 영웅들의 존재를 알게 된 효과가 컸다. 이정재는 실존 인물 임병래 중위를 모티브로 연기했다. 임 중위는 첩보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상륙작전 하루 전날 적에게 발각돼 자결했다. “상관의 명령이 없으면 죽어도 후퇴할 수 없다”는 말로 맥아더 장군을 감동시킨 소년병 이야기도 실화로 밝혀져 역사를 공부하려는 가족 관객이 몰렸다.

CGV 리서치센터가 이 영화 관객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40대가 30.9%, 50대 9.1%, 60대 이상은 2.3%로 중장년층 비중이 42.3%에 달했다. 전체 평균 중장년층 비중(33.2%)을 10%포인트 가까이 앞질렀다. 10대 비중도 3.7%로 전체 평균(3.0%)보다 높았다.상당수 언론매체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철지난 반공영화’로 폄하했지만 관객은 열광했다. 네이버가 집계한 기자·평론가의 평균 평점은 10점 만점에 3.41점에 그쳤지만, 관객 평점은 8.57점(6828명 참여)에 달했다. CGV 앱(응용프로그램)에서도 관객 5만7117명의 평가를 종합한 ‘골든에그지수’가 88%(great·최상위 등급)로 높게 나왔다.

뭉클한 관람 감상평도 쏟아졌다. “6·25전쟁을 겪은 아버지와 같이 관람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숨은 영웅들의 모습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희생 용사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타국에서 숨을 거둔 외국 장병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절제·세련된 애국영화 덕혜옹주덕혜옹주는 절제되고 세련된 애국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고종황제의 딸로 13세 때 강제로 일본 유학을 떠나 일본인과 강압적으로 결혼했지만 고국으로 돌아오기만을 열망하던 덕혜옹주(손예진 분)를 통해 나라 잃은 설움을 관객들이 가슴 깊이 공감해서다. 황녀조차 자신의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을 통해 나라를 잃은 국민이 얼마나 비참했을지 일깨워준다.
'덕혜옹주' 4일 만에 100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고위 관료를 향해 폭탄을 던지고 현장에서 즉사한 김봉국(김대명 분)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슬픔과 분노로 울컥해진다. 영친왕의 망명을 시도하다 목숨을 던지는 김황진(안내상 분)도 뜨거운 조국애와 값진 희생을 보여준다. 덕혜옹주와 독립운동가를 잡던 친일파가 해방 후 당당하게 귀국하는 장면에서는 현대사의 멍울을 목격한다. 대부분의 장면이 실화에 바탕한 팩션이어서 감동의 무게를 더한다. 관객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엄청 울었다. 우리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영화다.” “억지 신파 없이도 뭉클하게 하는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의 힘이 놀랍다.”

최태성 EBS 한국사 강사는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덕혜옹주의 삶을 통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의무를 되새겨주는 영화”라고 말했다.전편 뛰어넘는 속편…국가대표2

국가대표2는 오합지졸들이 주변의 무시와 냉대를 이겨내고 진정한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아이스하키 경기 모습에서 관객들은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응원하며 공감한다. 중국 선수들의 보디체크로 당황할 땐 관객도 안타깝다. 체격이 훨씬 큰 카자흐스탄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맞설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일본 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 판정 장면에서는 분노로 달아오른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이라는 점도 흥행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하이라이트는 탈북 선수가 북한 팀과 경기할 때 북에 두고온 동생을 만나는 장면이다. 북한 선수들은 삼엄한 감시 때문에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시사회 반응은 뜨거웠다. “경기 장면에서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했습니다. 국가대표팀 파이팅입니다.” “재미있고 스릴도 넘쳐요.” “중간쯤부터 눈물이 나더니 끝부분에는 눈물이 폭발했어요.”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