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번엔 '불법 노점' 합법화

명분은 경제민주화

자영업자 반발 예상
서울시가 내년부터 8000여개에 이르는 시내 불법 노점의 합법화를 추진한다.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영세한 생계형 노점의 영업을 단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노점이 세금을 내지 않고도 영업할 수 있도록 해줄 방침이어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보행권을 침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규모를 축소하고 디자인을 개선한 노점에 한해 도로 점용을 허가하는 가이드라인을 담은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현행 도로법 시행령 55조엔 노점도 도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노점이 신청하면 관할 구청이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구청은 거리 미관과 보행권을 이유로 노점에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규모를 축소하고 디자인을 개선한 노점에 한해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최근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비)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지난 2월 발표한 ‘서울 경제민주화’ 대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이와 함께 시내 노점 8000여개 중 40%에 육박하는 3000여개 음식 노점에 대해선 식품위생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음식업은 건축물 안에서 급수시설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노점 단속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있어 관련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더라도 음식 노점 역시 도로 점용 허가만 받으면 영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