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 국내 상륙·중국 '사드 보복' 악재 불구…로엔 한달새 17% 상승 '콧노래'

"애플뮤직 파급력 크지 않다"
애플뮤직 상륙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악재에도 로엔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9일 로엔은 전날보다 0.98% 오른 8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달 전과 비교해 17.6% 올랐다. 지난 5일 애플의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듣기) 서비스인 애플뮤직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1위 음원업체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과는 상반된 주가 흐름이다.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로엔과 CJ E&M이 보유 음원을 애플에 제공하지 않아 애플뮤직의 국내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애플뮤직이 엉성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 타격에 대한 기존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삼성이 음원서비스 밀크를 출시할 때는 분위기가 지금과는 달랐다. 음원시장이 삼성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로엔과 KT뮤직 등 주요 음원주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나중에 로엔의 시장 점유율 유지가 확인된 후에야 주가가 회복됐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밀크뮤직 사태를 거치며 시장에서 애플뮤직 영향력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애플뮤직의 국내 진출이 로엔 같은 대형 음원주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뮤직에 대응하기 위해 3개월 스트리밍 무료 프로모션 등과 같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로엔 경쟁력이 강화되는 ‘메기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못에 메기 한 마리가 있으면 다른 물고기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움직여 강해진다는 얘기다. 이케아 상륙 이후 국내 가구업체 주가가 올랐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엔터주 주가가 사드 보복 여파로 최근 급락한 것과 달리 국내 매출이 98%에 달하는 로엔은 중국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오히려 오는 9월부터 음원가격 인상 효과로 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발표될 2분기 실적이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로엔의 2분기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전년보다 21%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