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엄태응 복산나이스 회장 "한국 의약품유통업계 격변기…일본 스즈켄과 제휴해 시장 선도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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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기업인탐구
제약사 400곳·유통사 2000곳…
한국 의약유통시장 '춘추전국'
일본, 유통 선진화 거쳐 4강 체제로
한국도 머지않아 '격변기' 맞을 것
지난 6월 일본서 520억 자본 유치
전국으로 물류·영업망 확대
의약 유통망 효율화해 업계 재편
헬스케어 등 종합건강유통사 도약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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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에 본사를 둔 스즈켄그룹은 일본 굴지의 의약품 유통 및 제약그룹이다. 약 60개의 자회사와 1만6000여명의 종업원을 둔 업체로 연매출은 약 24조원(2조2200억엔, 2015년도 회계기준)에 이른다. 의료기기, 건강식품 등도 취급하지만 주력 품목은 의약품이다.이 회사가 지난 6월 한국 복산나이스에 520억원을 출자해 지분 45%를 획득했다. 의약품 유통업체에 투자한 돈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내용이 일본경제신문과 일간공업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신문 여섯 곳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회사가 2년여 동안 한국 시장을 조사하고 그중 복산나이스를 파트너로 선택해 출자한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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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산나이스는 이번 제휴를 토대로 몇가지 측면에서 영역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첫째, 선진 물류 및 영업망 확충이다. 올해 창립 64년을 맞은 복산나이스(창업 당시 사명은 복산약품)는 국내 굴지의 의약품 유통업체 중 하나다. 작년 매출은 약 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영업망은 그동안 주로 부산 울산 경남에 국한돼 있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단지에 서울지점을 개설하고 경기 광주에 4977㎡ 규모의 수도권 물류시설을 갖췄다. 본격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유통 서비스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런 변신에 나서는 것은 복잡하고 음성적인 유통 기능 대신 경쟁력 있는 유통업체 체제로 시장이 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엄 회장은 수년 전부터 복산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웠다.
그는 “제약회사가 종전처럼 수백개 유통업체와 거래하면 의약품의 효과적인 전달이 어렵고 비용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며 “유통업체와 요양기관이 갖고 있는 재고 파악이 어려워 과잉 생산과 품절이 반복되고 이는 결국 과잉 재고의 폐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제약회사의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 “2007년 의약 유통업계 최초로 공정경쟁연합회에 가입하고 준법 윤리규정을 제정, 시행해 투명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복산나이스는 2012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포하고 ‘WIN2020’을 선포했다.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과 선진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이다.
복산나이스의 또 다른 경영 방침은 사회공헌이다. 창업자인 엄상주 명예회장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6·25전쟁 중 부산에서 의약품 유통을 시작한 국내 의약품 유통의 1세대다. 그는 기업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그동안 고향인 하동에 기부 활동을 해왔다. 하동읍에 있는 중증장애인생활시설 ‘섬진강 사랑의 집’에 각종 물품 및 차량 장비 등을 10여 차례나 기증했다.저소득 아동, 홀몸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계층에 관심이 많아 이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2008년에는 ‘여강 엄상주복지회’를 창립해 3억원을 기탁했으며, 보금자리주택을 지어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가정에 기증하고 있다. 올해 6월까지 기증한 주택이 네 채에 이른다. 2세 경영자인 엄 회장은 1997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 역시 부친의 사회공헌 정신을 계승해 부산동부 푸른장산 장학회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엄 회장은 “헬스케어사업은 앞으로도 대폭 성장할 사업 분야”라며 “복산나이스의 노하우와 새로 입사한 젊은이들의 열정을 융합해 선진 유통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