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대표 "공장 일부라도 돌리게 해달라"

박당희 대표, 노조에 호소

"관리직원 출근 방해 말아야 경비용역 전원 철수시키겠다"
노조 공장점거 파업 35일째 …전환점 맞을지 '주목'
갑을오토텍 경영진이 11일 충남 아산 공장 앞에서 용역경비 철수와 대화 재개 등 노사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에서 공장 점거 파업 중인 자동차 에어컨 제조업체 갑을오토텍이 노조 요구를 수용해 경비용역을 전원 철수시키기로 했다. 박당희 갑을오토텍 대표는 11일 “생산시설을 일부나마 돌릴 수 있게 관리직 직원들이 출근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노조에 호소했다. 이에 따라 35일째 이어지고 있는 파업사태가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이달 매출 손실 250억원 전망”
지난달 8일 갑을오토텍 노조(생산직·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가 충남 아산 공장의 정문을 봉쇄하고 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사무동에 고립돼 있던 이 회사 관리직 직원 60여명은 이날 정문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대체 생산을 위해 생산 라인 접근을 시도하다가 노조에 막혀 한 달 넘게 사무실에서 버티다가 철수했다.

박 대표는 관리직 철수가 이뤄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갈등 해소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회사는 우선 회사 시설 보호와 직원의 안전을 위해 배치한 300여명의 경비용역을 전원 철수시키기로 했다. 갑을오토텍은 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에 대응해 지난달 25일 직장을 폐쇄했다. 또 아산경찰서로부터 물리적 충돌이 없을 것을 조건으로 허가받아 경비용역을 배치했다. 그러나 노조는 그동안 “용역들이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용역 철수를 요구해 왔다.박 대표는 또 노조 측에 “안전을 위해 배치한 경비용역을 빼는 만큼 앞으로 관리직 직원들이 생산시설을 가동하기 위해 출근할 때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노조가 대체근로를 위해 편법적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하는 관리직 직원을 제외하고 지난 6월2일 이전에 입사한 직원들의 대체근로를 막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노조가 관리직 직원의 조업을 막지 않으면 그 즉시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을 돌리지 못해 지난달 13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이달엔 250억원까지 손실이 커질 전망”이라며 “180여개 협력사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 연봉 8400만원 노조의 파업갑을오토텍은 옛 만도기계의 상용차 공조사업부로, 1999년 UBS사모펀드에 인수됐다가 2009년 갑을상사그룹에 편입됐다. 이 회사 노조는 만도기계 시절인 1987년 금속노조 만도기계지부로 출범했으며 금속노조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생산직 직원 370명의 평균 연봉은 8400만원이다. 회사는 2014년 영업손실 65억원, 지난해 영업손실 107억원을 내는 등 적자가 커지고 있지만 노조는 작년 기본급 인상 요구안(15만9900원)과 올해 요구안(15만2050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 올해 단체협상 사항으로 △노조의 신입사원 채용 거부권 △파업 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기본급과 통상수당에만 적용하고 다른 임금은 전액 지급할 것 △파업 시 사무직 등 사내 대체 인력 투입 금지 △노사 합의를 위반한 노조의 단체행동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 소송과 징계 금지 등을 요구 중이다. 노조는 “회사 측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에 맞서기 위해 공장 점거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해서 노조의 공장 점거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