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3대 지수 '사상 최고'] 국채값 너무 올라 '머니 무브'…뉴욕증시 17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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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방향 튼 투자자들
"국채 먹을 게 없다…금리 오르면 큰 손실"
"유동성 장세일 뿐" vs "또 다른 파티 시작"

이날 유럽 주요 증시도 2개월래 최고로 오르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났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타면서 글로벌 랠리가 이어졌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소폭 올랐다.전문가 사이에서는 세계적인 저금리로 풀린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일 뿐이라는 시각과 향후 경기를 낙관한 또 다른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17포인트(0.64%) 상승한 18,613.52를, S&P500지수는 10포인트(0.47%) 오른 2185.79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23포인트(0.46%) 상승한 5228.40으로 마감하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올 들어서는 다우가 6.8%, S&P500지수 6.9%, 나스닥지수는 4.4% 상승했다. 2월 중순의 저점과 비교하면 3대 지수 모두 6개월 만에 20%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돈이 주식 외에 갈 곳이 없다”고 급등 배경을 분석했다. 이날 국제 유가가 4% 급등하고 메이시스 등 대형 백화점의 2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는 소식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높은 수익률을 쫓아 투자금이 증시로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14조달러로 전체 발행 국채의 3분의 1에 달하자 플러스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인 주식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투자자금은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렸다. 국채 가격은 급격히 올랐다(국채 금리는 급락). 하지만 향후 국채 금리가 오르면(국채 가격 하락) 주식보다 더 큰 손실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해 투자자의 눈을 주식으로 돌리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했는데도 국채 가격이 뛰고 회사채 가격까지 오르자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금리가 2011년 7월 수준까지 오를 경우 투자등급 국채에서만 3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비싸게 사들인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위험을 경고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 중에서도 배당성향이 높고, 금리 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경기방어주를 사들이고 있다.
◆또 다른 ‘파티’의 시작일까
월가의 한 기관투자가는 “이제 또 다른 ‘파티’가 시작됐다”며 증시의 추가 상승을 낙관했다. 프랭크 카펠러리 인스티넷 전무는 “증시 상승 흐름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S&P500지수가 30% 급등한 2013년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아 지수가 5%가량 하락할 수 있지만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로 자금 유입이 이어져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금리 인상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고용시장 개선과 물가 상승세를 근거로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3% 상승하며 유로와 엔화에 강세를 보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