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협정'을 아시나요?…이웃집 4곳 뭉쳐 '초미니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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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다른 2~4개 필지 묶어 주차·조경까지 한 집처럼 지어인접한 집 주인들이 2~4개가량의 필지를 한데 묶어 소규모로 재건축하는 ‘건축협정제도’의 첫 분양 사례가 나왔다. 대규모 재개발이 무산된 지역에서 집주인들이 옆집과 손잡고 20가구 안팎의 빌라 등을 짓는 ‘초미니 재건축’이다.
버려지는 공간 없애 건축비 절감
의왕 다세대 '캐슬인' 첫 분양
복층 전용 140㎡가 4억원대
19일 건축디자인업체인 덕겸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 의왕시 내손동 668의 15 일대에서 오는 22일 다세대주택 ‘캐슬인’(조감도)이 분양을 시작한다. 다세대주택 4개동을 붙여 지어 연립주택 느낌이 나도록 했다. 24가구 중 건축주가 거주할 4가구를 뺀 20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국토부가 2014년 10월부터 시행한 건축협정제도는 소규모 주거재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 교환을 허용하고 맞벽 및 합벽, 계단, 조경시설 등의 기준을 기존 건축법보다 완화했다. 이 제도는 그러나 아직 홍보가 덜 된 데다 주민 간 협의과정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려 이 제도를 활용한 재건축 사업장은 전국 6곳에 그치고 있다.
의왕시 캐슬인은 작년 6월 네 집 중 한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의뢰하면서 출발했다. 뒷집은 좁은 진입로만 있는 맹지여서 앞집이 집을 지으면 향후 신축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결국 앞·뒷집이 동시에 신축을 결정했고, 똑같은 상황의 옆집과 그 뒷집까지 네 가구가 건축협정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지난 3월 건축허가를 받아 다음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신축 주택 4개동은 서로 거의 붙어 있어 겉에서 보면 한 집처럼 보인다.
30년가량 된 기존 단층 또는 2층 단독주택 네 가구가 5층, 24가구 새 주택으로 변신하면서 집주인들의 투자 수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건축비 등을 빼고 각각 3억~4억원의 분양 또는 임대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분양가격은 방 3개를 갖춘 전용 83㎡가 3억7000만원, 3층짜리 복층 구조인 전용 140㎡는 4억3000만원이다.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 덕겸의 유미숙 대표는 “국토부와 의왕시 등을 찾아다니며 제도를 연구했다”며 “맹지인 두 집과 정상 필지인 두 집 사이의 건축비 산정 등에서 건축주들이 협의를 잘 해낸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18일 ‘집단적 건축협정 도입 및 건축협정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건축협정지역 지정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방법·절차·지정조건·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다.조은혜 국토부 건축정책과 사무관은 “앞으로 노후 지역의 ‘미니 재건축’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