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브레인이 없다] 퇴임 후 브루킹스 출근한 버냉키 vs 로펌행 많은 한국 고위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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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료, 싱크탱크행 많아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014년 1월 퇴임하고 사흘 만에 다른 직장으로 출근했다. 미국의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였다. 그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재정 통화정책을 연구하는 허치슨센터의 상근 특별연구위원이 됐다.
현직때 노하우 살려 정책 조언
한국 '관피아 방지법' 등 묶여 퇴임 후 갈 곳 마땅치 않아
미국에선 버냉키처럼 정부에서 일하던 고위관료나 정치인이 퇴직 후 싱크탱크로 옮겨 연구하는 게 오랜 관행이다. 현직 때 쌓은 노하우에다 연구 성과를 더해 거꾸로 국가의 장기 정책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반면 한국에선 고위공직자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오랜 시간 재정과 통화정책을 고민한 경제 관료는 더욱 그렇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생긴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에 묶여 갈 수 있는 자리라곤 대학 객원교수 정도가 전부다. 3년간 전직 금지 기간이 끝나면 너도나도 ‘로펌행’을 택한다.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이 보장돼 3년간 ‘실업자’로 겪은 고충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샘의 조창걸 창업자가 지난해 3월 사재를 털어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한국에서는 총리 대법관 장관 등을 지낸 고위공직자가 갈 곳이 특정 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로펌밖에 없다. 그러면 국가 전략과 비전은 누가 세우느냐”고 한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한국 경제를 잘 알고 조언해줄 브레인을 적재적소에 적극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퇴직 후 여의도에 ‘윤경제연구소’를 차리고 구조조정과 교육정책 등에 활발한 의견을 내고 있다.
공직자 스스로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경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전직 관료들이 결심한다면 얼마든지 공헌할 길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