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엘리트층 이탈"…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 거론

을지 NSC·국무회의서 북한 도발 위험 경고

"북한 체제유지 위해 극단의 길
지금은 잠시도 방심 못할 상황
내부 분열행동에 단호 대처"

김정은 정권-북한 주민 분리
대북정책 전환 예고
우병우 언급 없이 '안보 행보'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을지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거론했다.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시사한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체제 동요 가능성”이란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제재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최고위층까지 균열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유엔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을 비롯한 여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정권이 지속적인 공포정치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어 북한 핵심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이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탈북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외에 알려지지 않은 최고위층 탈북 사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지적하고, 김정은 정권이 체제 단속과 국면 전환을 위해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박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향후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예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내달 4일 북한인권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간부와 주민을 매개로 한 김정은 체제의 변화 유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북한 간부와 주민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해달라”고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새로운 대북 전략 메시지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22일 두 번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검찰 수사 의뢰 등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적 함의가 담긴 발언도 없었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논란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은 이미 청와대의 입장이 충분히 전달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야당과 언론 등이 검찰 수사 의뢰를 받은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우 수석 때리기’가 임기 후반 ‘정권 흔들기’ 차원의 정치공세로 보고 우 수석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언론과 야당 등의 정치공세에 대응하지 않고 안보와 민생을 기조로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은 이날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장진모/박상익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