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통제 힘든데 의원들이 입법 너무 가볍게 생각해"

여의도 초대석

실적 부풀리기용 법안발의 제동 건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초선이 임기 사흘 뒤 법안 뚝딱…사인 받으러 다니는 게 말 되나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 관심…비인기 상임위 환노위 자청
20대국회 협치 불발, 청와대 때문…3당체제 성공에 역할 다할 것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법은 한 번 만들어지면 ‘프랑켄슈타인’이 됩니다.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게 되고 만든 사람의 의도를 벗어나 통제가 아주 어렵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입법은 신중해야 하는 겁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65·사진)은 20대 국회에서 발의가 급증하는 의원입법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법을 너무 가볍고 경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법학자 출신인 그는 “‘법다운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업적을 쌓기 위한 법안이 많다”고 말했다.이어 “어떤 초선 의원은 임기 시작 사흘 만에 법안을 마련해 동료 의원들의 사인을 받으러 다니더라”며 “이게 정상이냐”고 되물었다. 또 “자기 상임위원회 소관도 아닌 법안을 내거나, 지역구 홍보를 위한 발의도 많다”며 “그렇게 만든 법은 현장과 동떨어진 규제가 돼버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평가 기준에 ‘법안 발의 건수’를 넣는 건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대 교수 때부터 환경문제를 깊이 연구해 온 그는 상임위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택했다. 이 의원은 “환노위가 ‘제일 인기 없는 상임위’라고 하지만 중요한 현안이 많은 곳”이라며 “4대강 수질, 화력발전,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겠다”고 밝혔다.

그의 의원실 책상에는 환경부의 각종 보고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국회의원이 정부가 제출한 페이퍼만 보며 앉아서 건성으로 하면 절대 안 된다”며 “그러면 정부가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수질 악화로 물고기 씨가 말라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낙동강·금강 일대를 자주 찾고 있다. 9월 국정감사에서 ‘송곳 질의’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이 의원은 선수(選數)는 초선이지만 현실정치 경험이 많아 ‘중량감’은 웬만한 다선의원 못지않다. 2012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박근혜 대선 후보의 당선을 도왔으나 이후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올초 국민의당에 합류해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협치(協治)를 약속한 20대 국회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청와대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총선에서 세 야당이 60% 넘는 지지를 얻어 의회 지형이 바뀌었는데도 청와대는 달라진 게 없다”며 “국정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이 의원은 ‘3당 체제 실험’의 성공에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고 했다. 그는 “기존 거대 양당으로는 우리 정치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던 중 3당이 생겨났다”면서 “국회 활동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했다.창당 6개월째인 국민의당이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의 표정은 무거워졌다. 한숨을 내쉬며 “잘하지 못하죠”라고 답했다. 단순히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 때문만이 아니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반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의 당론을 성급하게 밀어붙여 ‘중도 보수’ 지지층이 실망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의원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보다 빨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게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