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지는 농협·신협 대출…자영업자에 '불똥'

금융위, 11월부터 상호금융도 심사 강화

농·수협·신협 가계대출 193조로 사상 최대 '비상등'
은행 비해 대출 문턱 낮아…1년 새 22조원 급증
"자영업자 60% 이상은 소호·가계대출 함께 받아"
자영업자 김모씨(45)는 가게 리모델링 자금 1억원을 대출받기 위해 지난해 말 신용협동조합(신협)을 찾았다. 신협의 대출심사 문턱이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신협 대출금리가 은행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씨는 가게를 담보로 연 4.7% 금리로 대출받았다.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신협 등 상호금융권 대출이 올 하반기부터 까다로워진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상호금융권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상가 등 비(非)주택 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대책을 11월께부터 시행할 예정이어서다.☞이미지 크게보기
◆상호금융권 문턱 높아지는데…

상호금융은 전국 단위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신협 등을 말한다. 농어민, 서민층, 자영업자 등이 주로 이용한다. 조합원 대출이 기본이지만 일정 한도 내에서 비(非)조합원 대출도 해준다. 신협·수협은 연간 신규 대출의 3분의 1 이하, 농협은 총대출 잔액의 50% 이하까지 비조합원에게 대출해줄 수 있다.금리조건도 좋은 편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가 연 11.2%인 데 비해 농협·수협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3.81%, 신협은 연 4.57%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금리(연 2.96%)와 비교해도 1~1.6%포인트밖에 높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상호금융권 대출 증가세는 가파르다. 6월 말 기준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은 193조5840억원(잔액)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상반기(171조원)보다 22조원 증가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상가·토지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비주택 담보대출이 많이 늘었다.

지난 6월 말 비주택 담보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가량인 100조원으로, 올 상반기(1~6월)에만 4조9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분(11조4000억원)의 43%가 비주택 담보대출이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하반기부터 상호금융업권도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해주도록 유도하기로 했다.비주택 담보대출 억제책도 내놨다. 토지·상가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인 담보인정비율을 지난해 11월 60~80%에서 50~80%로 낮춘 데 이어 오는 11월부터 40~70%로 또 한 번 떨어뜨리기로 했다.

◆자영업자 직격탄 맞나

상호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영세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말 상호금융권에서 ‘자영업자 대출’로 분류한 여신은 약 21조원이다.하지만 가계대출 중에는 자영업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돈을 빌리는 ‘숨은 자영업자 대출’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에서 기업대출(소호대출 등)과 가계대출을 중복해서 받은 자영업자는 63.6%에 달했다.

자영업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개인 대출도 받았다는 얘기다. 상호금융권에서도 자영업자의 중복대출은 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가·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비주택 담보대출 차입자의 상당수도 자영업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선 상가를 담보로 대출해줄 때 담보가치의 40% 정도 금액만 대출해 주는데 상호금융권에선 최대 70~80%까지 빌려주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비주택 담보대출을 많이 찾는다”며 “상당수는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영세상공인들”이라고 전했다. 상호금융 업계에선 상호금융권에서 대출을 못 받으면 대부업 등으로 밀려나는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태명/윤희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