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타고…질주 본능이 깨어났다

더 강력해진 엔진…달아오르는 고성능차 시장

메르세데스 AMG
세단·SUV·쿠페 등
48종으로 라인업 확대

현대차는 '아반떼 스포츠' 출시
넉 달 만에 1800대 팔려
한국GM도 범블비 '카마로' 출격

"차별화된 자동차 원하는 소비자
가격 비싸도 고성능 차량 선택"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결과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으로 얼어붙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高)성능차가 뜨겁게 질주하고 있다. 일반 양산차의 주행 성능에 갈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낮은 배기량의 엔진으로도 높은 출력을 내는 고성능 세단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고급 수입차 위주로 돌아가던 고성능차 시장에 국내 업체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은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1년 새 두 배 커진 고성능차 시장
메르세데스 AMG GT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AMG’와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2014년 776대가 판매된 AMG는 지난해 1688대 팔리며 2.2배 성장했다. 올 들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AMG 판매량은 7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38.4%늘어난 1324대를 기록했다.

M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694대로 2014년의 309대에 비해 124.6% 늘었다. 2011년 M의 판매량은 268대에 불과했다.이 같은 인기를 타고 AMG 모델 라인업은 매년 다양화되는 추세다. 벤츠는 글로벌 기준 38종의 AMG 라인업을 올해 10종 추가해 48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되는 모델 종류도 세단, 쿠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드스터로 늘고 있다. 최근 벤츠는 국내 시장에서도 새로운 AMG 모델 4종을 추가로 내놨다. BMW도 하반기 M2쿠페와 SUV X4 M40i를 내놔 인기몰이를 이어 간다는 복안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만큼 세분화되진 않았지만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고성능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SVR’, 캐딜락 ‘V’, 렉서스 ‘F’, 볼보 ‘R Design’ 등이다. 모두 양산 모델 성능을 한 단계 향상시켜 만들었다. 이외 인피니티 ‘IPL’, 혼다 ‘타입R’, 도요타 ‘TRD’, 닛산 ‘니스모’, 포드 ‘SHO’, 크라이슬러 ‘SRT’ 등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이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시장이 보다 세분화·차별화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차별화된 정체성을 선호하는 소비자군을 중심으로 하이엔드급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가 꾸준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BMW M4 쿠페
국내 업체들도 줄줄이 출사표
현대차 아반떼 스포츠
국내 업체들도 고성능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이 경쟁의 선봉에 섰다. 현대차는 BMW에서 ‘M’ 개발을 총괄한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을 영입해 내년 첫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며 얻은 데이터를 N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현대차는 고성능 모델을 원하는 젊은 층을 잡기 위해 고출력 터보 엔진으로 무장한 ‘아반떼 스포츠’를 지난 4월 내놨다. 아반떼 스포츠는 준중형 차급이면서도 1.6L 가솔린 터보엔진과 7단 더블클러치 변속기 조합을 통해 중형차를 뛰어넘는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아반떼 스포츠의 최고출력은 아우디의 소형 스포츠카 ‘TT’(200마력)보다 높은 204마력이다. 아반떼 스포츠는 지난달 출시 넉 달 만에 1800대 판매를 돌파했다.

한국GM은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범블비’로 알려진 ‘카마로’로 스포츠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GM이 지난 6월부터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한 고성능 세단 카마로SS는 출시 두 달 만에 사전 계약으로만 720여대가 팔렸다. 지난해 카마로RS 판매 실적(48대)을 15배나 넘어선 것이다. 카마로SS는 최고 출력 455마력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4.0초에 불과한 성능을 자랑한다. 가격은 5098만원으로 비교적 비싸지 않은 편이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