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방문의 해] 다연발 화살·대포 등 최첨단 무기 배치…독보적인 근대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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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해설사에게 듣는 수원화성 관광 포인트정조대왕의 효 사상과 실학사상이 담겨 있는 수원화성은 근대 성곽 건축사에서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성곽은 수원 중심부를 감싸는 창룡문(동문), 화서문(서문), 팔달문(남문), 장안문(북문) 등 4대문과 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포루 등 46개의 시설로 구성돼 있다. 대포를 쏘는 동포루, 적의 눈에 띄지 않고 동정을 살피는 망루인 공심돈, 다연발 화살인 쇠뇌를 쏘던 2개의 노대 등 당시 최첨단 무기가 과학적으로 축성된 성곽에 설치됐다. 4대문을 중심으로 각 문 사이에 포루 등 요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조 마음 다스렸던 서장대는
수원화성의 군사지휘본부
거중기 이용 성 쌓던 모습 재현
화서문 보호 위한 서북공심돈
당시의 축성 원형 그대로 유지
정조가 휴식 취하던 동북각루
임금 상징 '낙양'이 기둥 곳곳에
다만 수원화성의 동쪽인 동남각루를 끝으로 팔달문까지 500m 남짓 구간의 성곽이 복원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수원 지동시장 등 8개 시장으로 구성된 팔달시장의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수원화성을 다 돌아보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장대, 각루 등 모든 시설을 개방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성곽을 관람할 수 있다.
10년 동안 관광객에게 수원화성을 소개하고 있는 노혜인 해설사(71)에게 순례길 동행을 요청했다. 순례는 지난 22일 수원 남창동 팔달문에서 서장대에 오르는 초입에서 시작했다. 노 해설사는 “성곽에는 거의 1m 간격으로 활과 총을 쏘기 위해 타구(口)가 설치됐다”며 “사각(死角)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구를 마름모꼴로 만드는 등 축성을 위해 정조가 얼마나 연구하고 심혈을 기울였는지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화성의 키 포인트로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 서북공심돈, 북수문 옆 동북각루(방화수류정) 등 세 곳을 꼽았다.서장대(화성장대)
서장대는 지휘관이 성 주변을 살피면서 병졸을 지휘하던 곳이다. 사방 10리가 한눈에 보이는 이곳은 팔달산 정상에 자리한 수원화성의 군사지휘본부였다. 정조가 현릉원을 보기 위해 자주 오르던 서남각루(화양루)의 바로 위쪽에 있다. 서남각루에서 현릉원에 절한 뒤 수원 중심부가 한눈에 보이는 서장대에 올라 마음을 다스렸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임금이 자주 찾았던 장소였기에 임금 호위를 위한 다연발 화살인 쇠뇌를 쏘던 방어시설 서노대가 높이 솟아 있다. 서노대 앞에는 정조가 직접 썼던 한글을 각종 문헌에서 모아 만든 ‘세계문화유산 화성’이라는 푯말도 세워져 있다. 서정대에서 화서문으로 내려오는 성곽 오른쪽에는 다산 정약용이 만들어 수원화성 축성에 사용했다는 거중기를 이용해 성을 쌓았던 모습도 재현된 상태다.
서북공심돈서북공심돈은 화서문(서문)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군사요새다. 화서문 바로 옆에 있다. 밖에서 보면 단층이지만 실제로는 3층 구조다. 1층은 적에게 뜨거운 물을 부어 접근을 막는 곳이다. 2층에는 가까운 적을 화살과 조총으로 공격하는 근총안 구멍이 비스듬히 아래로 뚫려 있다. 3층은 원거리의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원총안 구멍이 곳곳에 설치됐다.
수원화성에 있는 문화재 가운데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은 정조시대 당시의 축성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시설로 알려져 있다. 두 시설 모두 지붕 일부만 파손돼 복원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정조시대의 축성기술과 복원 당시의 축성기술을 비교하려면 화서문을 나와 장안공원을 거닐며 성곽의 모양을 비교하면 된다. 정조 때 정교하게 축성된 성곽과 울퉁불퉁하게 복원된 현대의 성곽이 대조를 이룬다. 이곳은 수원화성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화성열차가 다니는 구간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감회에 젖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동북각루(방화수류정)동북각루는 연무대에서 활쏘기를 즐기던 정조가 정사를 돌보다가 휴식했던 장소다. 현재는 주변에 많은 건물이 들어섰지만 정조 때만 해도 광교산에서 내려오는 수원천이 넓은 평원을 흐르면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바로 아래에는 다리 역할을 하는 북수문(화홍문)이 있다. 북수문은 일곱 개의 타원형 수문을 통해 뿜어져 내려올 때 물보라와 함께 아름다운 무지개가 생겨나 장관을 이룬다.
북수문이 군사들과 백성의 휴식처 역할을 했다면 동북각루는 정조만을 위한 건물이다. 누각의 중심부에는 임금의 자리를 상징하는 장식인 ‘낙양’이 기둥마다 덧대어져 있어 위엄을 느끼게 한다. 화려한 단청과 단순하면서도 위엄 있는 건축물로 수원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각으로 꼽힌다.동북각루를 지나 창룡문(동문)으로 향하면 노대, 포루, 치 등 공격과 방어용 요새들이 20여m 간격으로 자리해 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