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총장의 '교육 열정'…'혁신 대학 본보기' 건양대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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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신흥강자 (7) 건양대학교
서울의 대학서도 배우러 온다
미국·일본 강소 대학 벤치마킹
동기유발학기·취업센터 등 국내 대학 최초 도입 '화제'
'건양대 배우기 열풍' 일으켜
다른 대학보다 학습량 3배
보건의료 계열 국가시험, 6년째 수석 배출 '독차지'
삼성·LG 출신 교수 영입, 실전형 인재육성…취업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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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혁신의 모범김 총장이 2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군 건양대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총 110억원을 지원받는 산업연계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사업을 비롯해 네 개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따냈다. 충청권 대학 중에선 단연 ‘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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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가 변하기 시작한 건 2001년 김 총장이 직접 ‘총대’를 메면서부터다. 설립 첫해 입학 경쟁률이 7 대 1을 넘을 정도로 선전했지만 그뿐이었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사장이던 김 총장은 숙원이었던 의과대학 설립을 마친 이듬해에 직접 학교 일을 챙기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벤치마킹’이었다. 미국, 일본 강소 대학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 교수들을 해외로 보냈다.건양대만의 혁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4년엔 전국 최초로 취업전용센터를 개설했다. 요즘엔 4년제 대학 중 취업전용센터를 갖추지 않은 곳이 드물지만 당시만 해도 ‘상아탑’에서 취업 우선주의는 금기시되던 때였다. 2011년 도입한 동기유발학기제는 대학가에 ‘건양대 배우기 열풍’을 낳았다. 신입생들이 4주간에 걸쳐 각종 직업 체험을 해보면서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삼성SDI 전무 출신을 영입하는 등 교수진도 실무형으로 과감히 바꿨다. 2012년에 세운 창의융합대학은 현대카드 디자인팀장, LG 중국법인장 등 전직 기업인이 교수로 활약 중이다. 의학과 공학을 결합한 의료공과대학은 건양대만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학교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김 총장이 주도한 혁신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평소 그의 지론에서 나왔다. 학교는 우선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건양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학습량이 엄청난 것으로 유명하다. 창의융합대학 학생들은 1학점을 따려면 40~50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일반 4년제 대학 기준(15시간가량)에 비해 세 배 정도 많다. 올해부턴 토익 700점 이상, 통문장 200개 암기를 필수로 했다. 실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의지로 김 총장은 학부모 설명회 때마다 “만족하지 못하면 학비를 돌려주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김 총장의 교육 이념은 오랜 병원 운영 경험에서 비롯됐다. 19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개원했다. 모든 병원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을 때 그는 ‘환자 제일주의’를 실천에 옮겼다. 365일 언제든 열려 있는 연중무휴 병원을 만들었고, 친절한 설명을 ‘모토’로 의사들의 권위주의를 싹 걷어냈다. 전단을 뿌리며 모객하던 작은 병원은 40만여명을 진료하는 동양 최대의 안과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건양대가 정부와 기업이 인정하는 강소 대학으로 거듭났지만 김 총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던 것 같다”고 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 압박을 받는 데다 지방 인재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쏠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건양대는 정원의 60%를 대전·충남 고교 졸업생에게 배정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방의 작은 대학 하나가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지방에 진출한 기업들은 해당 지역 출신을 우선 채용하는 등 취업과 연계해야 지방대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논산=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