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릴 준비됐다"는 미국 Fed, 또 헛발질?

WP 칼럼서 Fed 오판 우려

"옐런이 근거로 삼는 고용지표
잘못된 경기회복 신호일 수도
1%대 부진한 GDP 반영해야"
미국 중앙은행(Fed)의 오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다음달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며 ‘매파’로 돌변한 재닛 옐런 의장을 비롯한 Fed 수뇌부의 경기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사무엘슨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29일 ‘수면경제(snooze economy)’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 경제가 지루할 정도로 활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또 경제가 강해지고 있는지 약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신뢰할 만한 경기지표는 경기가 둔화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그는 근거로 올 상반기 1%(연율 기준)에 그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들었다. 1분기 0.8%에 이어 2분기에도 1.1%로 성장률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들의 세후 이익도 지난해 5% 감소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가 사상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루 변동 폭이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잠잠하다며 이는 과거에 급격한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공포스러운 고요’로 표현하기도 했다.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이날 “미국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며 매도를 주장했다.

사무엘슨은 현 상황에서 Fed가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지표를 근거로 금리를 올리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경기가 확연히 개선됐다고 확인한 뒤 고용을 늘리고, 경기가 나빠지고 한참 뒤에 고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는 “올 들어 월평균 신규 일자리 증가 숫자가 20만개에 육박하고 실업률도 4.9% 안팎의 완전 고용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신호일 수 있으며 오히려 GDP가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역설했다.이날 금융시장에선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가격 상승)하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00포인트 넘게 오르는 등 Fed가 쉽사리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국채 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하락하며 연 1.57%까지 떨어졌다. 연방기금금리의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지난주 32%에서 24%로 낮췄다.

외환시장도 신중해진 모습이다. 달러화 가치는 0.1% 오르는 강보합 수준을 유지하면서 다음달 2일 나오는 8월 고용지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