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 쇼크…현대중공업, 창사 후 첫 도크 가동 중단

올들어 선박 수주 9척 그쳐
제4도크, 의장작업 시설로

노조는 연일 '파업 깃발'
해외 연수 등 무리한 요구
< 빈 도크 물로 채워… > 현대중공업 제4도크 전경. 선박을 보수하는 용도로 전환해 사용되고 있고, 11월부터는 바닷물을 채워 안벽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에 있는 제4도크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주절벽’ 때문에 일감이 줄어서다. 일감이 부족해 도크 가동을 중단한 것은 1972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처음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부터 제4도크의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도크는 공장에서 제작한 선박 블록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선박 건조 핵심 시설이다. 현대중공업은 제4도크를 선박을 보수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오는 11월부터는 도크에 바닷물을 채워 안벽(파이프·전선 설치 등 의장작업을 하는 시설)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동을 멈추는 도크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모두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안벽으로 전환되는 제4도크는 1977년 길이 382m, 폭 65m 규모로 만들어졌다. 연간 3~4척의 초대형 선박이 이곳에서 건조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제4도크는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할 때 기공됐고, 이후 현대중공업의 성장을 함께한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단 9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9척을 수주했다. 1~7월 누적 수주금액은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줄었다.

회사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도 노동조합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7월19일부터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 및 분사에 반대하면서 연일 파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와 23년 만에 연대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회사가 벌이는 구조조정 작업이 노조와 사전 협의나 합의 등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아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9만6712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지원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2002년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에 있던 조선업체 코쿰스의 골리앗 크레인이 1달러에 울산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때 스웨덴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위기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을 통탄했다”며 “현대중공업 노사가 이런 말뫼의 눈물을 울산시민에게 안겨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도병욱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