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베트남 다낭·호이안…등불과 달빛 낮보다 화려한 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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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부 지역에 있는 다낭과 호이안은 고대부터 가장 큰 상업 항구였다. 다낭과 호이안의 역사 속을 걷다 보면 2세기에 시작된 참파 왕국의 유적과 15~19세기에 건설된 고풍스러운 옛 도시의 모습 그리고 프랑스 식민지 시기의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휴양 도시 다낭과 옛 전통이 숨어 있는 호이안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변신하는 다낭…경제와 휴양지남북으로 긴 나라 베트남의 중심지에 동쪽 바다를 끼고 다낭이 있다. 다낭의 중심에는 한강(Song Han)이 흐르고 아시아에서 가장 긴 20㎞나 되는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다낭이란 이름은 참족어로 ‘큰 강의 입구’라는 뜻이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민망왕은 칙령을 통해 다낭을 중부에서 가장 큰 상업 항구로 공인했다. 다낭의 역사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1858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으며, 베트남전쟁 당시엔 미군이 이 항구에 상륙했다. 한국의 청룡부대가 주둔하던 다낭은 한국인의 눈으로 베트남전쟁을 그린 영화 ‘하얀 전쟁’의 촬영지라서 더욱 정감이 간다.
다낭 미케해변에 있는 리조트에 묵으면서 천천히 거리를 돌아다녔다. 거리에서 울리는 베트남 악기는 간드러지듯 마음을 움직였고 전통춤을 보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참파왕국의 성지 미선 유적지다낭시내 중심에 있는 한강은 다낭의 동서를 잇는 용다리가 있는데 용의 꿈틀거리는 형상이 마치 세계로 도약하려는 모습 같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분홍색 외벽의 다낭 대성당이 있다. 첨탑에는 수탉 한 마리가 있는데 이 수탉은 프랑스 왕실을 상징한다고 한다.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참 조각 박물관’이 있다. 참 조각박물관은 다낭 시내 남동쪽에 있는 미선 유적과 연관돼 있다.
참파 왕조는 2~17세기까지 베트남 중남부에 걸쳐 있던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이 세운 나라다. 그들의 주요 거점은 다낭이었다. 오랫동안 번성했던 참족은 17세기 베트남에 흡수돼 지금은 베트남 소수 민족으로 남아 있다. 그들은 힌두교를 받아들였으며 산스크리트어를 채택했다. 다낭 시내에 있는 참 조각 박물관에는 브라마, 비슈누, 시바 등 힌두교 신을 소재로 한 정교하고 다양한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미선 유적지는 참파 왕국의 성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에는 힌두교의 시바신을 모시던 성전들이 남아 있다. 불교 사원이 많은 베트남에서 힌두교 건축양식을 보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베트남군의 군 기지로 사용된 미선 유적지는 안타깝게도 전쟁 피해로 유적이 많이 손실됐다.
영화 ‘풀 메탈 자켓’ 촬영지다낭 서쪽에 있는 바나힐은 마치 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나힐 중심에 있는 바나산은 해발 5800m의 고산(高山)이다. 20여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바나산 정상에 오르면 유럽풍의 고성들이 반겨준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이 더위를 피해 산 정상에 별장을 짓고 지내던 곳이다. 별장 안에는 와인 저장실이 있으며, 정원이 있는 유럽풍의 건물이 멋스럽다. 다낭은 바다를 따라 도시가 늘어선 해변 휴양지로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해변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중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휴양소로 사용한 미케해변은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다. 이곳에서 영화 ‘풀 메탈 자켓’을 촬영했다. 청명한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모래 해변에는 야자수가 그늘을 제공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앉아만 있어도 다낭에 여행 온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다낭에서 호이안 가는 길에 오행산이 있다. 대리석으로 이뤄져 마블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오행산은 작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돼 있다. 각각의 봉우리는 물, 금속, 나무, 불, 땅의 신으로 부른다. 다섯 개 봉우리 중 사람들이 즐겨 찾는 투이손은 물을 관장하며 동굴사원과 석상들로 유명하다. 이 동굴들은 베트남전쟁 당시 월맹군 야전병원으로 사용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호이안저녁 무렵 호이안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린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호이안은 복고풍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독교가 최초로 들어오고 중남부 베트남에 중국인이 최초로 정착한 곳이다. 호이안은 묘한 매력이 있는 도시다. 호이안은 16~17세기 사이 일본, 중국에서 온 상인들과 포르투갈, 네덜란드, 인도 등지에서 온 상인들이 만나 물물교환이 이뤄지면서 번성했다. 다낭이 상업 무역항으로 떠오르면서 화려했던 시기는 막을 내리고 호이안은 오랫동안 정체기를 겪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구시가지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니 한쪽에서 한국 마당놀이 비슷한 공연을 한다. 용의 탈을 쓰고 하는 탈춤 공연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다 구시가지에서 유명한 내원교로 향한다. 내원교는 ‘멀리서 온 통행인을 위한 다리’라는 의미로 2만동짜리 베트남 지폐에 새겨져 있다. 초록 불빛으로 변신한 내원교의 야경이 신비롭다.
음력 15일에 보름달이 뜨면 호이안의 거리는 형형색색의 등불 축제가 시작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옛날식 목조건물 베란다에 달린 등(燈)은 모양도 다양하고, 종이의 재료와 색에 따라 불빛도 다양하다. 등불과 달빛이 어우러진 호이안을 흐르는 투본강에도 소원을 비는 등이 별처럼 떠다닌다.
다낭=글·사진 한미숙 여행작가 gksaltnr10@hanmail.net여행메모
인천과 부산, 김해에서 다낭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이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4시간30분. 다낭에서는 택시가 대중적이나 한국 현지 여행사 라운지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바나힐과 호이안으로 이동할 수있다. 타기 전에 인원수, 팁을 포함해서 얼마인지 미리 흥정하는 것이 좋다. 다낭을 여행할 때는 반팔 옷과 함께 얇은 긴팔 옷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챙 넓은 모자와 선크림은 필수다.
변신하는 다낭…경제와 휴양지남북으로 긴 나라 베트남의 중심지에 동쪽 바다를 끼고 다낭이 있다. 다낭의 중심에는 한강(Song Han)이 흐르고 아시아에서 가장 긴 20㎞나 되는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다낭이란 이름은 참족어로 ‘큰 강의 입구’라는 뜻이다.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민망왕은 칙령을 통해 다낭을 중부에서 가장 큰 상업 항구로 공인했다. 다낭의 역사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1858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으며, 베트남전쟁 당시엔 미군이 이 항구에 상륙했다. 한국의 청룡부대가 주둔하던 다낭은 한국인의 눈으로 베트남전쟁을 그린 영화 ‘하얀 전쟁’의 촬영지라서 더욱 정감이 간다.
다낭 미케해변에 있는 리조트에 묵으면서 천천히 거리를 돌아다녔다. 거리에서 울리는 베트남 악기는 간드러지듯 마음을 움직였고 전통춤을 보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참파왕국의 성지 미선 유적지다낭시내 중심에 있는 한강은 다낭의 동서를 잇는 용다리가 있는데 용의 꿈틀거리는 형상이 마치 세계로 도약하려는 모습 같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분홍색 외벽의 다낭 대성당이 있다. 첨탑에는 수탉 한 마리가 있는데 이 수탉은 프랑스 왕실을 상징한다고 한다.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참 조각 박물관’이 있다. 참 조각박물관은 다낭 시내 남동쪽에 있는 미선 유적과 연관돼 있다.
참파 왕조는 2~17세기까지 베트남 중남부에 걸쳐 있던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이 세운 나라다. 그들의 주요 거점은 다낭이었다. 오랫동안 번성했던 참족은 17세기 베트남에 흡수돼 지금은 베트남 소수 민족으로 남아 있다. 그들은 힌두교를 받아들였으며 산스크리트어를 채택했다. 다낭 시내에 있는 참 조각 박물관에는 브라마, 비슈누, 시바 등 힌두교 신을 소재로 한 정교하고 다양한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미선 유적지는 참파 왕국의 성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에는 힌두교의 시바신을 모시던 성전들이 남아 있다. 불교 사원이 많은 베트남에서 힌두교 건축양식을 보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베트남군의 군 기지로 사용된 미선 유적지는 안타깝게도 전쟁 피해로 유적이 많이 손실됐다.
영화 ‘풀 메탈 자켓’ 촬영지다낭 서쪽에 있는 바나힐은 마치 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나힐 중심에 있는 바나산은 해발 5800m의 고산(高山)이다. 20여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바나산 정상에 오르면 유럽풍의 고성들이 반겨준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이 더위를 피해 산 정상에 별장을 짓고 지내던 곳이다. 별장 안에는 와인 저장실이 있으며, 정원이 있는 유럽풍의 건물이 멋스럽다. 다낭은 바다를 따라 도시가 늘어선 해변 휴양지로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해변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중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휴양소로 사용한 미케해변은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다. 이곳에서 영화 ‘풀 메탈 자켓’을 촬영했다. 청명한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모래 해변에는 야자수가 그늘을 제공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앉아만 있어도 다낭에 여행 온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다낭에서 호이안 가는 길에 오행산이 있다. 대리석으로 이뤄져 마블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오행산은 작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돼 있다. 각각의 봉우리는 물, 금속, 나무, 불, 땅의 신으로 부른다. 다섯 개 봉우리 중 사람들이 즐겨 찾는 투이손은 물을 관장하며 동굴사원과 석상들로 유명하다. 이 동굴들은 베트남전쟁 당시 월맹군 야전병원으로 사용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호이안저녁 무렵 호이안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린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호이안은 복고풍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독교가 최초로 들어오고 중남부 베트남에 중국인이 최초로 정착한 곳이다. 호이안은 묘한 매력이 있는 도시다. 호이안은 16~17세기 사이 일본, 중국에서 온 상인들과 포르투갈, 네덜란드, 인도 등지에서 온 상인들이 만나 물물교환이 이뤄지면서 번성했다. 다낭이 상업 무역항으로 떠오르면서 화려했던 시기는 막을 내리고 호이안은 오랫동안 정체기를 겪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구시가지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 보니 한쪽에서 한국 마당놀이 비슷한 공연을 한다. 용의 탈을 쓰고 하는 탈춤 공연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다 구시가지에서 유명한 내원교로 향한다. 내원교는 ‘멀리서 온 통행인을 위한 다리’라는 의미로 2만동짜리 베트남 지폐에 새겨져 있다. 초록 불빛으로 변신한 내원교의 야경이 신비롭다.
음력 15일에 보름달이 뜨면 호이안의 거리는 형형색색의 등불 축제가 시작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옛날식 목조건물 베란다에 달린 등(燈)은 모양도 다양하고, 종이의 재료와 색에 따라 불빛도 다양하다. 등불과 달빛이 어우러진 호이안을 흐르는 투본강에도 소원을 비는 등이 별처럼 떠다닌다.
다낭=글·사진 한미숙 여행작가 gksaltnr10@hanmail.net여행메모
인천과 부산, 김해에서 다낭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이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4시간30분. 다낭에서는 택시가 대중적이나 한국 현지 여행사 라운지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바나힐과 호이안으로 이동할 수있다. 타기 전에 인원수, 팁을 포함해서 얼마인지 미리 흥정하는 것이 좋다. 다낭을 여행할 때는 반팔 옷과 함께 얇은 긴팔 옷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챙 넓은 모자와 선크림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