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했던 고객들 "삼성 통큰 리콜에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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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배터리 점검 첫 주말
AS센터 일요일에도 운영, 검사 5분…원하면 대체폰 지급
"배터리만 교환해줬으면 실망"
삼성 직원들 사내 게시판에 "성과급 포기할 테니 전량 리콜"
"아이폰7 발표 코앞…단기 악재"

삼성전자가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을 확인하고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한 조치에 소비자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부터 고객이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이상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전량 리콜 조치에 만족”
서비스센터의 배터리 점검은 전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갤럭시노트7의 충전단자와 서비스센터 PC를 연결해 배터리 전류량을 확인한다. 검사 시간은 5~10분 정도 걸린다. 전류량이 4500㎃h(시간당 4500㎃) 이상이면 불량으로 판정해 즉각 대체폰을 지급한다. 4000~4500㎃h이면 정상 범위로 판단하긴 하지만 가급적 대체폰 사용을 권한다. 4000㎃h 미만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면 대체폰을 준다.
삼성전자는 일요일인 4일에도 서비스센터와 콜센터를 운영했다. 이날 서울 종로 서비스센터를 찾은 소비자 임효준 씨(40)는 “전량 새 제품 교환 조치에 만족한다”며 “방수폰인데 해체 후 배터리만 교환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삼성에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씨(38)는 “전류량 3600㎃h로 정상 판정을 받았다”며 “삼성전자가 빠르게 대응해서 신뢰도나 이미지가 깎이진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불만을 드러낸 고객도 있었다. 회사원 전모 씨(35)는 “점검도 직접 와서 받아야 하고 교환 역시 가까운 대리점에 미리 전화해서 재고를 확인한 뒤 받으라고 해서 좀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 구매자들은 오는 19일부터 불량 여부와 관계없이 새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제품 교환은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3월까지 새 제품 교환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환불 가능 기간(14일)을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환불도 가능하다.◆사내 게시판 통한 소통의 힘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전량 교환을 전격 결정한 데는 사내 게시판을 통한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소통의 힘’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한 엔지니어는 사내 익명게시판에 “전량 리콜 후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세요. 내 인센티브(PS) 안 받아도 되니까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부끄럽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PS는 삼성에서 계열사별로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연봉의 최대 50%까지 준다. 무선사업부는 전통적으로 PS가 높은 사업부여서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당한 연봉 삭감을 의미한다.이 글은 조직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서는 “우리 모두 갤럭시를 쓰는 고객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최선의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는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무선사업부장인 고동진 사장의 댓글까지 달리며 사내에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고 사장은 “사업부장으로서 문제를 유발하게 한 점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매우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1500여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번 리콜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은 삼성전자의 리콜이 7일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발표를 앞둔 ‘최악의 시점’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대량 리콜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삼성전자의 발 빠른 조치로 손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유하늘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