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시진핑 '음수사원(飮水思源)' 왜 꺼냈나

뼈 있는 외교수사 논란

"항저우 임시정부·백범 김구, 중국 국민이 보호했다"
"은혜 잊지 말라는 의미, 박 대통령 압박…외교 결례"

< 음수사원(飮水思源) : 물을 마실 때 근원을 생각한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첫 발언에서 인용한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고사성어가 외교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 주석은 “항저우는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30년대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3년 정도 활동했다”며 “그때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성에서 투쟁하셨고, 중국 국민이 김 선생님을 보호했다”고 말했다. 일제 탄압이 심해지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청사를 옮길 당시 중국인들이 항저우 인근 하이옌(海鹽)에 김구 선생의 은신처를 마련해준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시 주석은 “김구 선생님 아들인 김신 장군님께서 1996년 항저우 저장성 옆에 있는 하이옌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음수사원이란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끝까지 간직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또 ‘음수사원 굴정지인(堀井之人)’이란 말과 함께 쓰이면서 우물을 판 사람의 고마움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도 있다.

시 주석이 한·중의 유서 깊은 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 음수사원을 인용했지만 ‘뼈 있는’ 외교수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에 시 주석이 음수사원이란 말을 인용한 건 ‘한국은 중국이 베푼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며 외교적으로 무례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임시정부가 이곳에서 활동한 것을 말했는데 이런 중국과의 소중한 인연과 중국이 독립투쟁을 잘 도와준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 또 그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신 장군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5·16 쿠데타 때 군사혁명위원회,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공군 참모총장으로 예편한 뒤 주대만 대사, 교통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항저우=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