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전면 재조정] 남산 구릉 살리고 명소도 보존…한남뉴타운 '저밀도 신도시' 된다

서울시 2년 만에 새 청사진 제시

한강변 12층·구릉지역 5층 이하 1만3천가구
중심상업구역 '그라운드2.0' 건설 백지화
대사관거리·이슬람사원 등 지역자산 보존
3구역은 51㎡형 추가 등 5780가구로 늘려
서울시가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구릉지형과 전통 자산 상당 부분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곳을 재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50층 랜드마크빌딩 건설 계획 등은 백지화됐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기존 주택가 전경.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시가 2년 만에 한남뉴타운 새 청사진을 내놨다. 시는 최근 확정한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지침안’에서 한남뉴타운을 ‘사람과 장소 중심의 매력적인 지형 순응형 주거지’로 규정했다. 남산자락 구릉지 경관과 옛길 일부를 정비해 보존하고 다양한 도시 디자인과 주택 유형을 도입해 ‘스토리텔링형 저밀도 미니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기반시설 폐지한남동 노후 주택지역이 뉴타운으로 지정된 건 13년 전인 2003년이다. 한남동 일대 111만㎡, 5개 구역에서 1만3000여가구를 짓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이다.

7일 본지가 입수한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지침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구릉지형을 과도하게 개발하는 기반시설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한남뉴타운 전역을 관통하는 동서 간 연결도로뿐만 아니라 3, 4구역에 걸쳐 지어질 예정이던 중심상업구역 ‘그라운드2.0’ 건설 계획도 폐기했다. 이태원로에서 한강변까지 이어지는 뉴타운 서쪽 보광로변 9만9000㎡의 지반을 끌어올린 뒤 4층 높이 대형 건물을 세워 쇼핑시설, 주상복합주택,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서울시 총괄건축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곳 구릉지형 지반을 무리하게 높이면 보행자를 차단하는 ‘옹벽’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구역별 사업시행 시기가 달라 기반시설을 연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처럼 경사를 타고 상가가 들어서는 연도형으로 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2.0 건설 폐기로 확보되는 부지엔 업무 및 주거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3구역에서 한강으로 연결되는 ‘오버브리지’ 구상도 수상택시 승강장과 연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대신 서울시는 3구역의 랜드마크로 활용될 한광교회에서 한남역 방향으로 연결되는 공원을 조성해 한강과 연계할 계획이다. 또 한남지구에서 한강 둔치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한남지구 전역에는 ‘남산 소월길 해발고도 90m 이하’ 기준이 적용된다. 이 원칙에 따라 한남5구역에 들어설 예정이던 5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는 짓지 않기로 했다. 남산 경관이 훼손되고 한강변 관리기본계획과도 상충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강변에 접한 건축물은 12층 이하로 계획하는 한편 한남대교에서 한광교회가 바라보이는 지역은 구릉지형이 드러날 수 있도록 5층 이하로 짓도록 했다.

◆우사단로, 보행자 우선도로로

변경지침은 한남지구 내 독특한 문화와 지역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구역을 존치하는 방식으로 재개발하도록 했다. 일부가 ‘이태원 관광특구’에 포함돼 상권이 활성화된 지구 북쪽 한남 1구역은 구역 전체를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하고 관광특구에 걸맞은 계획을 재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직권해제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신 앤티크가구거리 조성사업, 주거환경관리 사업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이슬람 사원부터 이태원역(서울 지하철 6호선) 대로변까지 이어지는 ‘우사단로’는 옛길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보행자우선도로로 재단장된다. 저층부에는 공방, 플리마켓(벼룩시장) 거리 등을 조성하고 커뮤니티 및 생활가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발될 전망이다. 3구역의 랜드마크인 한광교회는 리모델링을 통해 청년 창업지원센터, 지역 역사문화전시관 등으로 활용된다.

이 외에 대사관거리, 김유신 장군 사당, 계단장, 보호수, 이슬람사원, 서빙고 나루터 등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자산도 보존하기로 했다.

한남뉴타운 가운데 진행속도가 가장 빠른 3구역은 이번 변경지침에서 총 5780가구로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용면적 59㎡가 2321가구로 전체의 40%로 가장 많고 84㎡는 1616가구로 30%가량이다. 지난해 5월 건축심의를 거친 안과 비교할 때 전용 51㎡가 새롭게 214가구 추가되면서 전체적으로 84가구가 종전보다 늘어났다. 이 안은 향후 조합, 용산구청과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