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주연 정과리 함돈균…원로부터 중견까지 평론집 '3人 3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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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부터 중견까지 문단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 문학평론가 세 명이 비슷한 시기에 평론집을 냈다.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75), 정과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8), 함돈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43) 등이다.김 교수는 자신의 50년 비평 세계를 집대성한 예감의 실현- 김주연 비평선집(문학과지성사)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서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한 뒤 1966년 문학지에 평론이 당선돼 등단했다. 김현 김병익 김치수와 함께 계간 문학과지성을 만들어 국내 문학평론을 이끈 원로다. 30여년 간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와 석좌교수로 일했고 한국문학번역원장 등을 지냈다.김 교수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방대한 비평 저작 중 가장 핵심적인 글 63편을 선별해 네 범주로 묶었다. 첫 번째 장에서는 문학비평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한 뒤 두 번째에서 이를 우리 현실로 끌어와 해방 이후의 한국 문학사를 논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구체적인 작품과 작가를 거론하면 한국의 시 세계를, 네 번째 장에서는 소설 세계를 논했다.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 현대시는 ‘꽃의 시인’ 김수영에게 뿌리 내렸고 다시 김수영의 시는 ‘설움’에 원천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설움이라는 일종의 배반감은 상실감의 다른 표현임이 분명하다”며 “195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르는 김수영 시에서 주요한 심리적 모티프”라고 평가했다.정 교수는 뫼비우스 분면을 떠도는 한국문학을 위한 안내서(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그는 1979년 한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프랑스 문학이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국문학을 연구해왔다. 이번 평론집에서는 지난 20년 간 쓴 글을 선별해 실었다.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한국 문학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논의한 부분이 눈에 띈다.정 교수는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인간이 개체이자 동시에 연결망으로 묶인 다중적 존재로 살기 시작했다”며 “이런 다중적 삶을 잘 살아내려면 안으로 조밀하면서 동시에 밖으로 열려 나가는 존재 양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뫼비우스 국면’으로 이름했다. 정 교수는 “한국문학 역시 비슷한 변화를 맞고 있다”며 “탄생 후 지금까지 한국어의 자율성에 힘입어서 국가 단위로 생장하던 한국문학은 이제 세계문학의 은하에서 제 삶을 다시 정의해야만 하는 신생의 항성으로 창발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매개체로 번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함 교수는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창비)에서 지난 4년간 써온 글을 묶었다. 2006년 문예중앙지를 통해 등단한 그는 요즘 ‘떠오르는’ 비평가’다. 김달진문학상 젊은비평가상을 받았고 서울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등에서 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함 교수의 이번 평론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세월호’다. 자신이 글을 쓰는 기간의 한 가운데 있는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작가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결핍과 아픔을 사유하고 문학 작품에 녹여냈는지를 분석했다.
함 교수는 “이 평론집에 있는 글들이 쓰인 시기에 시인들은 세상의 죄를 대속(代贖)하는 존재라는 시인의 고전적 운명으로 회귀한 듯했다”며 “그들의 사랑은 불면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들의 우주는 실낱 같은 구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연옥'에 갇힌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연옥의 사랑조차 해방의 시간을 언뜻 도래하게 할 수 있다는 데에 시의 신비가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함 교수는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창비)에서 지난 4년간 써온 글을 묶었다. 2006년 문예중앙지를 통해 등단한 그는 요즘 ‘떠오르는’ 비평가’다. 김달진문학상 젊은비평가상을 받았고 서울문화재단, 대산문화재단 등에서 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함 교수의 이번 평론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세월호’다. 자신이 글을 쓰는 기간의 한 가운데 있는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작가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결핍과 아픔을 사유하고 문학 작품에 녹여냈는지를 분석했다.
함 교수는 “이 평론집에 있는 글들이 쓰인 시기에 시인들은 세상의 죄를 대속(代贖)하는 존재라는 시인의 고전적 운명으로 회귀한 듯했다”며 “그들의 사랑은 불면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들의 우주는 실낱 같은 구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연옥'에 갇힌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연옥의 사랑조차 해방의 시간을 언뜻 도래하게 할 수 있다는 데에 시의 신비가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