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세권' 아파트가 뜬다

대형 병원이나 종합병원 인근 아파트 단지들이 수요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100세 시대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장·노년층 수요가 부각되는데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직업 특성상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려고 해 임대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형 의료시설과 가까운 아파트 단지의 거주민 중 의료 종사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 6월 강남구 일원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루체하임’(일원 현대아파트 재건축)에도 의료 종사자들의 청약 문의가 많았고 계약으로도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귀뜸했다. 이 단지는 교차로 대각선 방향에 서울삼성병원이 자리잡고 있다.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임대수요는 고령 인구뿐만 아니라 서울로 상경해 병원 근처에서 거주하며 치료를 받으려는 원정 지방 환자들도 포함한다. 또 이른 아침부터 회진을 시작하는 대형 병원의 의료 종사자들은 출근이 빠르고 긴급상황에 따른 ‘비상콜’이 많아 병원 반경 1~2㎞ 이내에서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실제 대형병원이 인접한 단지는 선호도 이외에도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인접한 분당 구미동 ‘까치마을’(대우 롯데 선경)은 3.3㎡당 평균 매매가가 1712만원으로 구미동 전체 매매가(1478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2월 개원 예정인 마곡 이대병원 건너편 ‘우장산 힐스테이트’도 작년 11월 전용면적 59㎡의 매매가격이 4억 8500만원이었지만 지난달 말 기준 집값이 4500만원 가량 올랐다. 전세가격도 3억6500만원에서 2000만원 가량 올랐다.

추석 이후 하반기에는 대우·현대·SK건설 컨소시엄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을 내놓는데 강동경희대병원, 강동한림대성심병원과 가깝다. 올해 첫 고덕지구 분양단지로 지하 3층~지상 35층, 53개동, 총 4932가구(전용 59~127㎡) 중 201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대림산업은 이달 지하철1호선 의정부역 근처 의정부백병원에서 가까운 곳에 ‘e편한세상 추동공원’을 분양한다. 의정부 신곡동 추동근린공원 안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9층, 13개동, 1561가구(전용 59~124㎡) 규모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다음달 서울 마포구에서 신촌세브란스병원 생활권에 있는 ‘신촌숲아이파크’(신수1구역재건축)을 내놓는다. 총 1015가구(전용 59~137㎡) 중 일반분양 물량은 568가구이다. 대우건설은 11월 부산 서구 서대신동에서 ‘서대신6구역 푸르지오(가칭)’ 815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서대신역·동대신역 역세권 단지로 인근에 부산대학병원, 삼육부산병원이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