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세르게이 브린…이들의 교집합은 '수학 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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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5000명 45년 추적 연구
공간이해력이 천재성과 밀접
IQ 높아도 과학자 된 건 극소수…더이상 영재 기준으로 안 맞아
점수 위주 평가, 영재들에겐 독
미국의 수학영재연구 프로젝트는 1968년 줄리언 스탠리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가르칠 학교를 찾지 못하던 12살짜리 한 수학 천재 소년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스탠리 교수는 소년에게 16~18세 미국 청소년이 대학입시에서 푸는 SAT 문제를 시험 삼아 냈다. 문제를 받아든 소년은 당장에라도 존스홉킨스대에 입학할 성적을 거뒀다. 소년은 스탠리 교수 도움으로 17세에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스탠리 교수는 많은 영재가 이처럼 마땅한 교육기관을 찾지 못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1971년 SMPY를 출범시키고 영재센터를 세워 본격적으로 4~8학년 영재 발굴에 나섰다. 존스홉킨스대에서 시작한 영재센터는 이후 듀크대와 반더빌트대 등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총 5000명의 영재를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추적 연구)’를 했다. 이 중 상당수는 뛰어난 업적을 이룬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공간이해 능력 성공 변수
공간 능력이 영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스탠리 교수 연구진은 1976년 SAT 점수 상위 0.5%에 들어간 13세 남녀 어린이 564명을 대상으로 사물 간 공간적 관계를 분석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테스트를 했다. 참가자들은 18세와 23세, 33세, 48세가 되던 해 한쪽 모습만 보고 사물 형태를 추론하거나 물체 단면을 잘랐을 때 자른 면 형태를 유추하는 능력을 평가받았다. 연구진은 2013년 긴 추적 끝에 공간 능력이 이들이 낸 특허 및 논문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상당수 교육전문가는 영재 아이들의 월반이 오히려 아이의 정서와 지적 능력을 저해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하지만 SMPY 연구에 따르면 아이의 학습 능력에 맞춘 속진(速進) 교육이 오히려 영재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더 낫다는 결과가 많다. 월반을 한 아이들은 평범한 학교 교육 과정을 거친 아이보다 박사가 되는 경우가 60% 더 많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박사 학위를 2배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추구하는 평가 위주 교육은 영재들에게 독이나 다름없다. 캐롤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어려운 과제나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지식을 넓히고 능력이 더 향상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