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주인공 여장남자 롤라역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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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끼' 살린 코믹 연기로 객석 사로잡았죠"
11월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서 공연
"노래 잘하기보다 노랫말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11월13일까지)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에서는 드래그 퀸(여장남성) 롤라 역으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너 자신이 되어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고 외치는 롤라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 걸 즐긴다. 화려하고 야한 차림의 정성화가 코믹 연기를 펼칠 때마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웃기는 연기는 세계 어떤 롤라보다 잘해낼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기대하지 않은 부분에서까지 ‘빵빵’ 터져서 놀랐습니다. 제 애드리브(즉흥 연기)가 재미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실은 치밀하게 계산해서 하는 연기입니다. 아무리 공연에 익숙해져도 애드리브는 지양하는 편이에요.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는 것’, 그게 제 인생의 목표거든요.”

“미성의 테너 박종호 씨의 음반을 들으며 노래를 익혀서 그런지 벨칸토 창법(성악 발성법)이 몸에 배었거든요. 그런데 팝가수 신디 로퍼가 작곡한 킹키부츠 음악을 소화하려면 팝 발라드 발성이 필요했습니다. 첫 연습 때 같은 배역을 맡은 강홍석이 짙은 솔풍 음색으로 노래를 ‘휘어잡는’ 모습을 보고는 ‘괜히 한다고 했나’란 생각이 들며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어요.”
그 길로 대중가요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트레이너를 찾아가 보컬 레슨을 받았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그만의 색깔을 만들어갔다. 그는 “내 색깔을 완전히 없애진 않았다”며 “성악 창법을 바탕으로 팝 발라드의 감성을 가미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그는 스스로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기보다는 ‘노랫말을 잘 전달하는 배우’라고 강조했다. “뮤지컬 넘버(삽입곡)에는 인물의 심정, 마음의 변화 등 기승전결이 담겨 있어요. 이런 노래의 여정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가 노래를 너무 잘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노래에 묻혀서 감정 전달이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한창 대화가 무르익자 그의 말투와 손짓이 어느새 롤라로 변해 있었다. “평소에도 자꾸 롤라처럼 말하고 손짓하게 돼요. 어머니가 걱정하십니다. 오죽하면 ‘딸 아이 키우는 아빠임을 늘 잊지 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하하.”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정성화는 “영국 뮤지컬 배우 콤 윌킨슨은 일흔이 넘어서도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무대에 선다”며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할아버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