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BT·IT와 만나…첨단산업으로 도약하는 농업

LGERI 경영노트

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
최근 세계 농업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중국 석유 화학업체인 켐차이나는 세계 최대 작물보호제업체이자 3위 종자업체인 스위스의 신젠타를 430억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 바이엘의 지속적인 몬산토 인수 시도 등 농화학·종자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그의 저서인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Street Smarts: Adventures on the Road and in the Markets)에서 “농업은 향후 20~30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매우 수익성 높은 부문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농업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과 융합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BT는 종자 개발에서, IT는 재배 농법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종자 개발 분야에서는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육종기술인 ‘DNA 마커 육종’ 등이 주목받고 있다.재배 농법에서는 정밀농업이 본격적으로 비상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적은 자원으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경작지라도 지점별로 수분, 양분 등 토양의 성질이 서로 다르다. 토양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수분, 양분을 제공하면 수확량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한 경작지에 일괄적으로 같은 양의 비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양분이 풍부한 곳에는 비료를 적게, 부족한 곳에는 비료를 많이 주는 식으로 위치 특성을 고려해 자원의 투입량을 조절하면 적은 물과 비료, 작물보호제를 사용하고도 더 많은 산출을 기대할 수 있다. 생산성 증대는 물론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연과 공존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정밀농업의 도입과 함께 농업 비즈니스 모델 역시 변하고 있다. 종자·농화학업체의 제품 중심 사업에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솔루션 중심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센싱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수집하고 방대한 자료를 처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처럼 센싱·정보 처리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농업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센싱·정보 처리 기술을 갖고 있는 다양한 기업이 농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정밀농업은 농화학·종자업체, 농기계업체와 수많은 IT 업체가 종자, 유전학, 데이터 분석, 장비 등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가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과거 농부의 눈과 손, 직감과 경험에 의존하고 노동집약적이었던 농업이 현대 기술과 접목하면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농업과 IT의 결합은 인류 생존과 최소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수준의 보장, 환경오염 저감 등 궁극적인 인류의 문제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임지아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imjeeah@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