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표류기] 희망과 희망고문 그 사이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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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 청년공감 기획, '청년 표류기' 7회[편집자 주] 기적은 없거나, 이 모든 것이 기적이거나.
희망과 희망고문, 그 사이에서 길을 잃다
천재 과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 두 가지로 압축했다. 천재가 아닌 평범한 이들은 후자에 더 방점을 둔다. 차라리 모든 것을 기적이라고 믿는 것, 그래서 오늘을 다시 긍정하는 삶. 이 어디쯤에서 늘 희망을 발견하고자 애쓴다.다만 희망이 나를 배신할 때 희망은 나를 괴롭히는 채찍이 된다. 희망고문. 지난해 공공기관 10곳 중 6곳은 청년을 인턴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전무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의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48.6%가 올해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 인원을 작년보다 줄일 예정이다.
무턱대고 긍정하고 노력한다고 하면 해결될까. 희망과 희망고문, 그 사이 어디쯤에서 방황 중인 취업준비생 4명을 뉴스래빗이 만났다. 대한민국 취준생 청년들에게 희망고문이 아닌 진짜 희망이 있는지 물었다. 4명의 하소연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난 취업준비생이다.
이번 학기가 대학생 마지막 학기다.
오늘은 학교에서 대기업 채용설명회가 한창이다."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언변좋은 인사담당자의 말 한마디에
이미 대기업 사원이 된 듯 자신감이 넘쳤다.동아리 선배라는 그는 내게 명함을 주며 말했다.
"이건 너한테만 특별히 주는거야.
지원하면 내가 얘기 잘 해볼게. "
"직책이 사원인데 결정권한이 있나?"
의문은 남지만 그래도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나만 받았으니까.어스름한 밤, 학교에 남아 입사지원서를 수정한다.
토익, 학점, 자격증, 연수, 수상, 인턴십 업데이트.
1년 새 입사 전형 방식이 또 달라진다고 한다.
입시(入試)보다 어려운 게 입사(入社)라 하던가.
속이 답답하다.
대학 편입 공부 할 때가 생각났다."좋은 대학 가면 대기업은 식은 죽 먹기야."
'인생선배'로서 말한다던 편입학원 강사를 난 믿었다.
"그래 해보자!"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1년을 버텼다.
다시 오늘 저녁. 담당 교수님과의 술자리.
흥이 오를 무렵, 거나하게 취한 교수님이 말했다."내가 제자들 대기업에 많이 꽂아줬지."
"대학원 가고 싶은 사람! 무조건 합격이다."
이젠 다들 안다. 술기운에 하는 말이라는거.
"내일 되면 또 까먹겠지?"
다음 날.
유명 컴퓨터 업체 인사담당 선배가 학교에 왔다.
특별히 할 말이 있을거란 기대에 맨 앞자리에 앉았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대로 해라, 더 노력해라."
선배가 준 취업 꿀팁(tip)이었다.모 공기업 인턴에 합격했던 친구가 연락이 왔다.
"다 불합격이란다, 다 부질없다."
채용연계형 인턴이라며 기뻐하던 게 불과 6개월 전.
작년 정규직 전환이 많아 올해 티오(TO)가 없단다.
"다녀왔습니다!"
"에휴" 아빠가 날 보더니 한숨을 크게 내쉰다.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다. 또 시작이다.
"아니 쟤는 언제까지 취업 준비만 하는거야!"
"애는 오죽하겠어요! 조용히해요 애 다 듣겠어요~!"
"들으라고 해! 저 놈 정신 좀 차려야지!"가로등 아래 골목을 하염없이 걸었다.
집안 형편에 맞춰 지방대학에 입학했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도전한 편입학.
하루 10시간 발레파킹 일로 학원비를 충당했다.
그리고 따낸 합격, 이제야 빛이 보이나 싶었다.
"이것만 하면 돼, 저것만 하면 끝, 다왔다 힘내자."
응원하던 이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어쩔 수 없다, 인생이 그런거다, 더 노력하자."
이 말만 되풀이하는 어른들만 있을 뿐.
"어른들이 지키지 못할 희망고문만 안 했으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이 모든게 기적이라고 긍정하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지.
2016년 희망과 희망고문,
그 사이 어디쯤 다시 길을 잃은 느낌이다.# ‘청년 표류기’ ? 세상과 사회라는 뭍에 무사히 닿기 위해 표류하는 우리네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청년과 소통하기 위해 명함 대신 손을 내밀고, 넥타이 대신 신발 끈을 묶습니다. 여러분의 '청년 표류기'를 공유해주세요. 뉴스래빗 대표 메일이나 뉴스래빗 페이스북 메시지로 각자의 '표류 상황'을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기록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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