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병영] '44년 전우애' 김기웅·권대우, 영천 제2탄약창 찾아 후배들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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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우愛' 김기웅·권대우, 영천 제2탄약창 찾아 후배들 격려도서 등 위문품 전달하고1973년 10월 경북 영천시 육군 052탄약창(현 제2탄약창) 본부중대. 2주전 이 부대로 전입 온 한 이등병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본부중대 건물로 들어서던 또 다른 이등병을 한눈에 알아봤다. 대학 재학 시절 학교는 달랐지만 전공(신문방송학)이 같아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 올해로 44년째 이어지는 두 사람의 전우애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과 권대우 시사저널 사장의 얘기다.
350여 장병 대상 강연
김 사장 "3년 軍생활은
긍정DNA 갖게 해준 시기"
권 사장 "군대를 인생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해야"
군대 동기로 같은 날 전역한 두 사람은 대학 졸업 후에도 나란히 신문기자로 시작했다. 언론계에서 두 사람은 최대 라이벌이 됐다. 김 사장은 한국경제신문에서 산업부장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같은 시기에 권 사장은 매일경제신문 산업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냈다. 라이벌 신문이었기에 경쟁이 치열했다.두 사람은 지금도 서로를 ‘전우’라고 부른다. 김 사장과 권 사장은 지난 21일 출신 부대인 제2탄약창 방문 행사에도 함께했다. 부대 역사관과 내무반 등을 둘러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던 두 사람은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이날 방문 행사는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의 권유로 성사됐다. 장 총장은 지난 6월25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충남 계룡대에서 주최한 호국음악회에서 김 사장에게 “출신 부대를 직접 방문해 격려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방부와 함께 기업과 군 부대를 1 대 1로 연결해 서로 협력하도록 하는 ‘1사1병영’ 캠페인을 벌여온 것의 연장선상에서 부대 방문을 권유했다. 방문 시기를 살피던 김 사장은 권 사장에게 이번 방문 행사에 동행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권 사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김 사장은 이날 축구공 농구공 도서 등 위문품을 전달하고 350여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그는 “3년(현재 21개월) 군 생활은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남자의 인생을 지배하는 소중한 시기”라며 “좋은 친구도 만들고 인생의 방향을 잡아가기 바란다”고 격려했다.그는 “아주 어려운 일이 닥치면 ‘군대 한 번 더 갔다고 치자’고 생각하는 긍정의 DNA를 가지게 됐다”며 “군대에서 철이 들고 책임감이 강해졌다”고 회고했다. 또 “토요일 아침 외박을 나갈 때는 길가의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예쁜데 일요일 오후 부대로 복귀할 때의 코스모스는 처량해 보였다”며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시간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2012년부터 1사1병영 캠페인을 벌인 데는 경제사회 발전을 뒷받침하는 안보의 소중함을 사회 전반에 알려야겠다는 김 사장의 경영철학도 한몫했다. 김 사장은 “군복무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아들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할 때 ‘국군장병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분 덕에 이 나라가 굴러가고 경제도 발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자긍심을 가져달라”고 장병들에게 당부했다.
권 사장은 “김 사장과 치열하게 경쟁도 했지만 지금은 영원한 동반자가 됐다”며 “탄약창이라는 끈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생활은 뼛속 깊이 스며들어 죽을 때까지 가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시간을 살려서 공부도 하고 지식 정보도 활용하는 등 군 생활을 인생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기중 육군 탄약지원사령관(준장)은 “제2탄약창에서 근무한군대 동기 두 사람이 국내 언론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로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장병들도 40년 뒤 후배들을 찾아와 격려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영천=정태웅/오경묵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