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의 늪에 빠진 Fed와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미 Fed(중앙은행)가 어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이날 “경제가 Fed의 목표를 향해 진전하는지 추가 증거를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FOMC 멤버들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도 말했다.

일본은행도 어제 기존의 마이너스 금리는 유지한 채 10년물 국채금리를 0%로 유도하는 새로운 조치를 내놨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간 격차를 벌려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 단기 금리로 돈을 빌려 장기 국채를 매입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마이너스 금리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금융회사들이나 보험 연금 등에 숨통을 터준다는 전략이다.두 선진국 중앙은행의 이 같은 선택은 일견 다른 카드로 승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Fed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양적완화(QE) 정책을 그대로 밀고간다는 것이지만 일본은행은 QE의 사실상 축소다. 현재 장기금리가 마이너스권에서 움직이는 것을 0%대로 조정하려는 것 자체가 그렇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어제도 물가가 2%대로 정착하기까지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거꾸로였다. 채권시장을 좌지우지하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야말로 정치적이다. 일본 언론은 ‘시장기능이 소멸’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옐런 의장의 시장 신뢰는 바닥이다. 연말에 금리인상을 점치는 전문가가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조사도 있다. 오히려 시장에선 11월 치러질 대선 결과에 따라 금리정책이 바뀔지 모른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옐런 의장은 중앙은행이 정치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극력 부인했지만 우유부단한 정책 전개는 그런 의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차라리 위선이라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비전통적 금융정책이라며 QE정책을 펼칠 때 이미 중앙은행은 정치에 뛰어들고 말았다. 정치는 무성하고 중립과 독립은 이미 달아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