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펙 취준생' 3000명 몰린 로스쿨 설명회
입력
수정
지면A27
현장에서“학점은 4.1점, 토익은 940점이지만 매번 대기업 입사 문턱에서 떨어졌습니다. 올해 하반기 공채도 수십 곳 지원했지만 불안해서 스펙 좋으면 가능하다는 로스쿨을 알아보러 왔습니다.”(취업준비생 최모씨·28·여)
극심한 청년 취업난 반영
25개대 부스 시작 전부터 장사진
상담 받으려면 1시간 줄설 정도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고(高)스펙 취업준비생’의 새로운 선택지로 각광 받고 있다. 올해부터 로스쿨 입학 기준에서 학점이나 토익 등 정량평가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스펙=로스쿨 합격’이라는 입소문이 취준생들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이다. 23일부터 이틀간 한양대에서 열리는 ‘2016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현장관계자에 따르면 이날에만 3000여명의 로스쿨 준비생이 몰렸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올해는 설명회 시작 전부터 대학별 상담부스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등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이틀간 지난해보다 1000명 이상 많은 5500여명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스쿨마다 마련된 부스에서 상담 받기 위해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늦은 오후까지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상담부스는 로스쿨 원장까지 상담 지원에 나섰다. 취준생은 자신의 스펙이 합격 가능권인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부스를 오갔다. 한국외국어대 상담부스를 찾은 박모씨(27)는 “학점 3.91점, 토익 960점, 리트(LEET·법학적성시험) 118점으로 면접에 갈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막연하던 로스쿨 입학이 눈앞에 보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로스쿨뿐 아니라 지방 로스쿨에 대한 관심도 컸다. 제주대 상담부스에서 만난 김모씨(25·여)는 “7급 공무원을 준비하다 로스쿨로 방향을 바꿔 준비 중”이라며 “집은 서울인데 어느 로스쿨이라도 된다면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원장은 “올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상담 받는 준비생의 스펙도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며 “고스펙 청년들의 취업난을 반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한양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장학금을 받아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은 2400여명으로 정원 대비 15%나 된다”며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