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정자(亭子)3 - 장석남(19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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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亭子3 장석남(1965~ )
연못 속에 처박혀 구긴 정자에 들락거리며
구름은, 집달리처럼 구름은
다 불어 터진 서글픔들을 조금씩 꺼내다가
노을도 만들고, 잠기면
흩어진 별로도 만들고, 잠기면
지나가는 불빛으로도 만들고, 잠기면
모두 건져
네 귀퉁이 주춧돌만 풀에 덮어놓을 것이다
초인이 오기까지 돌들은 저희끼리 정다울 것이다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中세상이 떠들썩하다. 썩은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그런 세상일수록 탁 트인 정자가 필요하다. 정자에 있는 연못, 그 물빛을 통해서 서글픔을 꺼내보는 것도 좋고, 별로 만드는 것도 좋다. 귀퉁이 주춧돌을 덮어가는 풀의 생명력에 깊이 빠져보는 것은 더욱 좋다. 초인이 오기까지 돌들이 정다운 한때를 보내는 정자. 벽이 없으니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서 가을은 초인의 모습으로 와서 몰래 빠져나간다. 지붕이 아름다운 정자, 노을은 제 저물어가는 한때를 지붕에서 반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