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트렌치코트·니콘 카메라…그 속에 담긴 불편한 진실
입력
수정
지면A29
한경·교보문고 선정 대학생 권장도서
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
김대갑 지음 / 노느매기 / 336쪽 / 1만5000원

《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상품에 숨어 있는 굴곡진 근현대사를 들여다본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고급스럽고 낭만적인 이미지와 달리 원래 군복으로 만든 옷이다. 방수되는 군용 우의로 개발된 이 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에 엎드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냉기에 시달려야 했던 군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품이었다. 트렌치(trench)는 ‘참호’라는 뜻으로, 참호에서 입는 우의를 뜻한다.1899년 영국군에 처음 보급된 이 옷은 어깨에 견장을 달고 수류탄이나 수통, 칼 등을 걸 수 있는 ‘D형 고리’를 부착했다. 소총 사격 때 개머리판에 닿아 옷이 닳지 않도록 오른쪽 가슴 부분에 천을 덧댄 디자인도 선보였다. 저자는 “트렌치코트는 태생적으로 피 묻은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 기업 니콘은 미쓰비시그룹과 함께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꼽힌다. 태평양전쟁 말기 니콘 전신인 일본광학공업에서는 2만3000여명의 노동자가 쌍안경, 렌즈, 잠망경, 조준경 등 군수 물자를 제조해 납품했다. 일본광학공업이 일본군이 사용할 무기에 ‘눈’을 달아 준 셈이다.
어떤 상품을 소비하느냐에 따라 인류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영국의 차 소비와 아편전쟁, 미국의 홍차 소비와 독립혁명 등을 조명하며 인간의 소비가 어떻게 역사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지를 분석한 이유다. 이 책을 추천한 최지환 교보문고 모바일인터넷영업팀 MD는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상품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며 “대학생들이 역사의 본질을 이해하고, 바른 소비문화를 확립할 기반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