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일은 핀테크 날개 펴는데, 한국은 뭐하고 있나

최정규 AT커니 아시아태평양금융부문 대표는 엊그제 열린 ‘한경 금융혁신콘퍼런스’에서 “핀테크 강국들은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과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들도 핀테크 성장 비결은 정부의 불간섭 정책이었다는 분석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이미 모바일을 통한 해외송금이나 간편결제 등을 통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든 금융기술이 핀테크다. 빅데이터나 AI(인공지능)를 통한 맞춤형 금융상품 등 혁신형 신상품, 신시장이 금융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은 내일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선 1000여개가 넘는 핀테크 기업이 정부와 민간에서 약 16조원(150억달러)을 투자받았을 만큼 거대 시장으로 커가고 있다. 중국 핀테크 기업인 크레디트이즈는 기업공개 1년 만에 세계 최대 개인 간 금융(P2P)기업으로 성장했다. 알리바바가 만든 위어바오도 간편결제 매출액에서 미국을 앞섰다. 모두 규제 장벽을 아예 없앴거나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지난 5월 금융지주회사가 핀테크기업에 5% 이상 출자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각종 규제에 얽매여 혁신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 시장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간(P2P) 대출부터 빅데이터 같은 혁신기술의 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본격 영업을 할 계획이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송금 사업에 핀테크 업체들의 참여를 허락하는 것도 기존 은행과의 제휴를 선결 조건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핀테크가 금융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정작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규제 틀 속에서만 움직인다. 어떻게 세계와 경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