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조선시대 왕의 길을 걷고…산을 휘감은 성벽과 마주하다

백제문화 향기에 취하고 제주의 해가 처음 닿는 곳으로
경복궁 인정전
눈이 시리게 청명한 하늘, 솔솔 부는 시원한 바람,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 짙게 만드는 낙엽. 어느 곳을 가도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10월이 다가왔다. 고즈넉한 가을을 찾아 떠나보자. 여행지도 좋고, 가까운 도심 속 고궁을 들러도 좋은 때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만나는 걷기여행길 10선’을 공개했다. 선조들의 빛나는 문화유산을 길 위에서 만나는 소중한 시간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도심 고궁나들이(서울시 종로구)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종로문화원~창덕궁~창경궁~종묘

수도권 거주자라면 가까운 고궁을 찾아가 보자. 조선시대의 궁궐과 신위를 모시는 종묘까지 이어지는 문화유산길이다. 1995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와 1997년 등재된 창덕궁을 아울러 만날 수 있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출발해 조선궁궐의 원형이 잘 보존된 창덕궁과 후원을 거쳐 창경궁을 둘러보고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위를 모신 종묘까지 걷는다. 거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아름다운 전각과 연못들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녀와 함께라면 더욱 좋은 코스다. 아이들은 고궁을 거닐며 역사를 배우고, 부모는 숲과 함께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다. 길 찾기도 쉽다. 경복궁, 동궁(창덕궁, 창경궁) 등으로 가는 이정표와 주변 지도만으로도 잘 다녀올 수 있다. 코스 길이는 8.6㎞이며 천천히 걸어도 3시간3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자연생태과 (02)2133-2149토성산성어울길 2코스
남한산성길(경기도 광주시)

마천역~만남의광장~남한산성등산로입구~남한천약수터~남한산성암문(수어장대)~서문~북문~좌익문(동문)~남옹성~지화문(남문)~남한산성행궁
경기 광주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2014년 6월에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코스는 청량산 고지에 있는 웅장한 남한산성을 보며, 성벽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유적들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천혜의 요새다운 남한산성의 산세를 따라 걷다 보면 격조 있는 우리 건축문화의 정수도 마주하게 된다. 돌을 쌓아 만든 남한산성은 능선의 흐름에 맞춰 산성의 모양도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건축미가 무척 뛰어나다. 코스 중간마다 볼 수 있는 수어장대, 행궁, 4대문, 숭열전, 역사관 등의 역사 깊은 문화재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코스 길이는 13㎞ 5시간 정도 걸린다. (재)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031)777-7500서오롱나들길(경기도 고양시)

수경원~익릉~산림산책길~창릉~홍릉~경릉~순창원

서오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 하나로 5릉은 경릉(敬陵)·창릉(昌陵)·익릉(翼陵)·명릉(明陵)·홍릉(弘陵)을 말한다.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 서씨의 능인 홍릉
1457년(세조 3년) 세자 장(璋)이 죽자 이곳에 안장(경릉)한 이래 왕과 왕후의 능이 무리를 이뤘다. 이곳에는 명종의 큰아들인 순회세자와 세자빈인 공회빈 윤씨의 합장묘인 순창원(順昌園)이 경내에 있다. 숙종의 후궁인 희빈 장씨의 대빈묘(大嬪墓)도 이곳에 있다. 대빈묘는 원래 경기 광주에 있었는데 1969년 6월에 이곳으로 이장했다.

서오릉 나들길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볍게 떠나기 좋다. 사극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과 왕비의 능이 모여 있어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다. 조선 제19대 왕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두 번째 계비 인원왕후의 능인 명릉은 매표소 반대방향에 있으니 놓치지 말자. 코스 길이는 4.4㎞,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다. 서오릉관리소 (02)359-0090

수원팔색길 화성성곽길(경기 수원시)

장안문~화홍문~창룡문~팔달문시장~영동시장~못골시장~미나리광시장~팔달문~팔달산~서장대~화서문~화서공원~장안문

경기 수원 화성
수원 화성(華城)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1997년에 등재된 곳이다. 당대의 철학, 과학, 문화가 총 집결된 화성은 ‘18세기 실학의 결정체’라고도 불린다. 유려한 성곽의 아름다움과 거중기를 활용한 과학적인 건축술은 놀랍기만 하다. 화성은 성곽 둘레 5.7㎞ 정도로 서울 성곽과 비교하면 절반쯤 된다. 평지와 산을 이어 쌓은 전형적인 평산성(平山城)으로 서쪽은 143m 높이의 팔달산에 걸쳐 있다. 다른 성곽과 달리 군사 기능 외에도 상업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도로와 시장이 들어선 팔달문 주변을 제외하고는 성곽을 따라 전 구간을 끊어짐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다. 길에는 40여개의 망루와 누각이 자리해 있어 걷는 내내 눈을 뗄 틈이 없다. 코스 길이는 5.1㎞,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수원시푸른녹지사업소 (031)228-4551~4

사비길(충남 부여군)

부여시외버스터미널~신동엽생가~부여궁남지~능산리고분군~금성산~국립부여박물관~정림사지~부소산성~구드래조각공원~부여시외버스터미널
충남 부여 사비길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와 부여, 익산에 분포한 8개의 고고학 유적지를 말한다. 특히 부여에는 사비성과 관련된 관북리 유적 및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 고분군, 나성 등 많은 유적지가 있다. 첫 방문지는 신동엽 시인의 생가다. 작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집에서 ‘껍데기는 가라’ 등의 명시(名詩)가 탄생했다. 부여군청을 지나면 한국 최초의 인공연못인 부여 궁남지에 닿는다.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전설이 전하는 궁남지에선 매년 7월 연꽃 축제가 열린다. 정림사지를 둘러보고 부소산성으로 향하면 사비길의 백미로 꼽히는 호젓한 길이 나타난다. 부소산성에서 서문 매표소로 나와 부여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면 사비길의 여정은 끝난다. 코스 길이는 13.4㎞이고 6시간 걸린다.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041)830-2222

고창예향천리마실길 7코스
고인돌길(전북 고창군)

터미널 ~ 석탄마을 ~ 도산 정보화마을 ~ 고인돌 박물관 ~ 고인돌공원

200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기원전 1000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중 장례 및 제례를 위한 거석문화 유산인 고창 고인돌은 죽림리 매산마을 한가운데에 있다. 덮개돌 모양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442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다.


전북 고창 고인돌 유적

걷기 코스는 고창고용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전통시장을 거쳐 고창읍성 외곽길과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전불길, 김기서 강학당과 노동 저수지를 돌아 고창으로 돌아오는 반나절 정도의 마실길이다. 출발지인 터미널 근처에 다양한 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고인돌의 고장답게 돌과 관련된 유적이 많아서 시내를 돌아도 재미있다. 경사가 약간 있지만 전체 코스가 잘 정비돼 있어 다른 코스와 연계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여행객도 볼 수 있다. 코스 거리는 5㎞, 1시간40분 걸린다. 고창군 환경위생사업소 환경관리담당 (063)560-2871

제주지오트레일 성산·오조
트레일(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일제 동굴진지유적지~터진목·4.3 유적지~철새도래지~튜물러스·밭담~용천수족지물~식산봉~성산항~시인 이생진 시비거리~오정개
제주 성산일출봉.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은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코스의 성산리는 성산일출봉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성산 앞바다 일출봉 건너에서 떠오른 해가 햇살을 펴면 가장 먼저 와 닿는 마을 오조리는 성산일출봉에서 서쪽으로 900m 거리에 있으며 담백한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마을에서 황근자생지로 알려졌으며 흥미로운 전설을 품고 있는 오름 식산봉 등을 만날 수 있다. 코스 거리는 8.3㎞(성산일출봉 1.2㎞ 포함), 소요시간은 3시간30분이다. 제주관광공사 (064)740-6971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