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해외문학 국내 소개…양질의 종이책으로 불황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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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4
홍지웅 열린책들 대표
원전 완역·전작 출간 원칙
개미·뇌 등 밀리언셀러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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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출판사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62·사진)는 “해외 문학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책임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열린책들 사옥에서 만난 그는 “외국 문학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은 국내 문학작품을 발굴하는 것보다 비용이 세 배 정도는 많이 들고 성공률도 떨어진다”면서도 “열린책들은 중요한 외국 문학작품을 국내에 많이 소개해온 만큼 앞으로도 이런 ‘전공’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출판사마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궁극적으로 나라 전체의 출판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석사과정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러시아문학 전문출판사를 꿈꾸며 1986년 1월 열린책들을 설립했다. 그동안 해외 문학작품의 국내 출판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프랑스에서조차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을 때 그의 작품 《개미》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다. 베르베르는 열린책들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효자 작가’다. 이 밖에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향수》 등 수많은 해외 문학 베스트셀러를 배출했다.
“셰익스피어 전집은 국내에 이미 나왔지만 희곡이라는 장르 특성이 잘 살아나지 않아 아쉬운 면이 있어요. 이를 감안해서 다시 전역(全譯)해보려고 합니다. 1990년대 초 옛 소련이 개방되면서 러시아 순수문학이 퇴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소설 《자밀리아》 《백년보다 긴 하루》 등으로 유명한 키르기스스탄 출신 작가 친기스 아이트마토프는 드물게 이런 기조를 이어온 작가입니다. 국내에 전집으로 소개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홍 대표는 “한국에 소개되는 해외 문학은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영미권 작품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점점 다양해졌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이스라엘, 아이슬란드, 이집트 등 제3세계 문학작품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해왔고 앞으로도 관심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홍 대표는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출판사가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좋은 책 한 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한 나라의 문화지도를 그리는 일에 기여해왔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출간하는 책은 대부분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으로도 내고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가 출판업 불황을 극복하는 주요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콘텐츠가 열린책들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안팎에 불과하다. 그는 “종이책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출판의 정도를 걷다 보면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