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힐링' 비밀이 풀렸다

국내연구진 산림욕 효과 입증

피톤치드가 수면·진정 작용
국내 연구진이 숲속을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진정되고 잠도 더 잘 온다는 산림욕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연구단 책임연구원과 조승목 한국식품연구원 특수목적식품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침엽수인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사이드(피톤치드) 성분이 진정 작용과 수면 개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4일 발표했다.피톤치드가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낸 이 연구는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리큘러 파마콜로지(분자약리학)’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와 쥐 실험을 통해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물질 중 대표 성분인 알파피넨의 효과를 분석했다. 이 물질을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진정 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농도를 두 배 높여 투여하면 수면 개선 효과까지 나타났다. 이런 진정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알파피넨이 수면제 성분과 결합하는 가바(GABA) A형 수용체라는 몸속 세포 부위와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창준 KIST 책임연구원은 “흔히 사용되는 수면제인 졸피뎀은 한 번 투여하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하는 등 수면 질이 떨어지지만 알파피넨은 그렇지 않다”며 “수면 개선 식품이나 수면제 후보 신물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