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20% 오른 연탄값, 정부 속은 까맣게 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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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500원→573원연탄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전 국민의 난방 연료였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지금은 전체 가구의 0.5%인 9만7000가구만이 연탄을 사용한다. 수요가 극히 적지만 연탄 가격의 탄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사용 가구 대부분이 ‘서민층’이어서 함부로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자 보조금은 줄이는 대신 저소득층에 '연탄쿠폰' 지원 확대
"서민들 체감 인상은 없을 것"
적자 구멍 숭숭 뚫린 석탄공사
수요 줄어도 서민연료라 제값 못받아
1조5988억 적자 → 혈세투입 악순환
'고육지책' 석탄공사 폐지도 무산
정부가 연탄 가격을 한꺼번에 20% 인상했다. 연탄 가격이 오른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연탄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정부의 말 못할 고민이 많다. 가격을 올리면서도 서민층에게 연탄쿠폰을 지급해 실질 부담은 늘지 않도록 했다. 그만큼 세금이 투입된다. 시장경제 원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번 정책은 ‘서민연료’라는 연탄의 특수성과 12년째 자본잠식 상태인 대한석탄공사의 처지 등이 맞물린 결과다.◆연탄 가격 올렸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판매가격 지정 고시’를 개정해 연탄 고시 가격(공장도 가격)을 개당 373.5원에서 446.75원으로 19.6% 인상했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소비자가격은 500원에서 573원으로 15% 정도 오를 것으로 산업부는 추정했다.가격을 올리는 대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외계층에 해당하는 7만7000가구에는 연탄을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연탄 사용 가구의 80%가 쿠폰을 받게 된다. 산업부는 올겨울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 지원금액을 16만9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연탄 생산자에게 지원하던 보조금은 축소할 것”이라고 했다.
◆석탄공사 혈세 붓는 것도 한계
연탄용 무연탄 생산량은 1988년 2430만t으로 정점이었다. 이후 가스·석유 보일러가 보급되며 지난해 기준 176만t으로 줄었다. 하지만 연탄 사용 가구 대부분이 서민층이라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연탄 판매가격은 생산원가의 57% 수준이다. 원가보다 절반 가까이 싼 가격에 팔고 있는 셈이다.
이는 무연탄을 공급하는 석탄공사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석탄공사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5988억원이다. 자본금 3053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자본잠식 상태다. 석탄공사의 자본잠식은 2004년 이후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적자는 1989년 이후 27년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석탄공사에 875억원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마다 석탄공사는 ‘폐업 1순위’로 거론된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와 산업부가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 조정 방안’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석탄공사를 폐업시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는 ‘단계적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한 단계 물러선 안을 내놨다. 석탄공사 노조와 강원도 등 탄광지역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가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언 발에 오줌 누기’ 언제까지
정부가 이번에 연탄 가격과 연탄쿠폰 지급액을 함께 높인 것은 석탄공사의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서민층 부담을 늘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석탄공사의 막대한 부채를 줄이기엔 역부족인 데다 쿠폰 역시 세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어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식당이나 화훼농가 등에서 사용하는 연탄 가격을 가정용과 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업계는 가정용과 상업용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