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TPA, 합작법인 통한 감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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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업체, M&A 없이 2~4개사 체제 대형화로 원가경쟁력 높여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1순위로 꼽은 테레프탈산(TPA·페트병 원료) 생산업체들이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감산을 추진한다.
'구조조정 1순위'지만…
저유가로 팔려는 곳 없고 인력 조정도 피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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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TPA 업체 수를 몇 개로 줄일지는 미정이다. 다만 5개사를 1개사로 통합하는 것은 국내외 공정거래법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2~4개사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간 M&A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M&A가 성사되려면 사려는 곳과 팔려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TPA를 생산하는 5개사 중 어느 곳도 사업을 포기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감산 필요성은 크지만 당장은 저유가로 수익을 내는 곳이 많아서다. 한 석유화학사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TPA 업체를 인수하고 싶어도 팔려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TPA업계가 M&A 대신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합작법인 설립은 M&A와 달리 민감한 인력 구조조정 문제도 피할 수 있다. 정부의 석유화학업종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화업계 간 연계를 강화해 취약한 원가 경쟁력을 극복하겠다”며 M&A 대신 ‘유화업계 간 연계’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내 TPA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한화 200만t, 삼남 180만t, 태광 100만t, 롯데케미칼 60만t, 효성 42만t이다. 5개사 기준 582만t이다. 이 중 190만t가량 감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하지만 실제 감산까지는 과정이 험난하다. 업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업계 1, 2위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은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효성은 생산물량 거의 전부를 자체 소비하고 있어 감산 자체에 시큰둥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