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호 시설공사단체연합회장 "시설공사도 제조업과 같이 지원해달라"

“시설공사는 경제파급과 일자리 창출 효과 커 외면해선 안돼”

지난달 12일 전기·통신·소방·기계 등 4개 분야 설비업계를 대표하는 시설공사단체연합회가 설립됐다. 중소 시설공사 업체들이 공동으로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전문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사업과 수주에서 일부 겹치는 부분에 대한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도 고려됐다.시설공사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추대된 장철호 한국전기공사협회장(사진)은 5일 “각 협회가 정부와 주요 발주기관에 건의하는 내용이 대립되는 적도 적지 않아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소 시설공사 업계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각 분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건실한 수주문화 만들어야”

장 회장은 “건설 공사 수주 규모가 연 120조원에 달하지만 대형건설사와 주택업체들의 입김에 가려 중소 시설공사 업체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웠다“며 “연합회를 만들어 전기·통신·소방·기계설비업계를 합치니 연 공사규모가 60조원 규모가 돼 앞으로는 업계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주택·건설업계가 주도권을 잡고 시설공사의 단가를 후려치는 것을 막아 저가경쟁이 아닌 품질에 걸맞은 공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연합회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는 지난해 4월 시작됐다. 한국전기공사협회를 주축으로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소방시설공사협회가 먼저 힘을 합치기로 합의한 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의 지지를 끌어냈다. 장 회장은 “건설경기가 정점을 지나면 주택건설업체들의 주요 관심은 공사단가를 낮추는데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저가 공사로 인한 부실공사를 막기위해서라도 최종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연합회가 힘을 모아 건실한 수주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제조업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

장 회장은 정부가 제조업과 ICT 등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펴는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히든챔피언’ 육성 등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되면서 시설공사업계가 소외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경제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지만 ‘노가다 산업’이라는 편견 탓에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예를들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률인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의한 법(중소기업판로지원법)’이 전기공사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태양광발전 시공은 공사가 아닌 제품으로 발주돼 제조업체로 등록된 135개사만 시공에 참여할 수 있었다. 1만5000여 곳에 이르는 중소 공사업체가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던 1조7000억원 규모 태양광 설비시장에 발도 담그지 못했다.

장 회장은 “제조업에서 성과가 나면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는 반면 시설공사업은 ‘잘해야 본전’일 때가 많다”며 “제조업과 시설공사업 중 어느 한쪽의 편을 들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