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대우조선 생존 힘들다"…대우조선 "터무니없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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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보고서, 조선 빅2 체제 제시국내 조선산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벌인 맥킨지가 대우조선해양의 자력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맥킨지 컨설팅은 터무니없는 가정하에 이뤄졌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대우조선, 수주 감소로 재무 개선 어렵다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상장하면 위기 넘겨
삼성중공업, 내달 유상증자 성공 땐 순항 가능
컨설팅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맥킨지는 최근 조선산업 컨설팅 최종 보고서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우조선의 재무구조와 수주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생존 가능성과 경쟁력이 다른 빅2에 비해 크게 낮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한국 조선산업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심의 ‘빅2’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사실상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업계 반발에 구조조정 지연
조선산업 컨설팅은 지난 6월 정부 주문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8월까지 업계 컨설팅을 마무리 짓고 그 결과에 따라 조선산업 구조재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내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구조재편 방안 발표는 10월 말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더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맥킨지의 초기 보고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반발을 샀다. 대우조선의 실적 및 수주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컨설팅이 이뤄지면서 맥킨지가 대우조선의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대우조선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최근 맥킨지가 최종 보고서를 빅3 조선사 및 조선협회에 제출했지만 정부와 대우조선은 이를 최종 보고서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도 벌어졌다. 당초 3개 조선사와 협의를 거쳐 보고서를 내놓기로 했는데 대우조선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보고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대우조선이 당분간 적자를 계속 기록하고, 수주량이 계속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더 취약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주량은 감소하는데 고정비는 쉽사리 줄이지 못하는 조선산업 특성 탓에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진단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증시에 상장하면 현재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이 빅3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도 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다음달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당분간 재무상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고 진단했다.
맥킨지는 한국 조선업계를 빅2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A안’으로, 빅3가 모두 생산설비를 대폭 줄이고 추후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안을 ‘B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4조2000억원 지원 책임은맥킨지가 대우조선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지난해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29일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서별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을 살리는 결정을 내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대우조선을 살리겠다고 결정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대우조선이 2016년 115억달러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2일 기준 대우조선의 올해 누적수주액은 13억달러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대우조선의 흑자전환을 자신했지만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의 순손실을 냈다.
정부가 책임론을 의식해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맥킨지 보고서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뿐”이라며 “맥킨지 보고서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부는 철강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컨설팅 결과를 대부분 수용했고, 이를 기반으로 분야별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구조조정 방향과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의 방향이 달라서 조선산업 구조조정 발표가 지연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