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현장리포트] 아마존, 로봇·무인차·빅데이터 결정체…1000명이 인공지능만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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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 최초,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를 가다‘위~잉~ 드르륵, 위~잉~ 드르륵.’
로봇청소기 닮은 '키바' 물류센터 누비며 운반
자율주행차·드론 활용…주문 30분내 배송
'내일' 주문할 것 예측해 '오늘' 배송 시작
"4~5년 뒤면 인간처럼 작업하는 로봇 개발"
미국 시애틀 인근에 있는 아마존의 듀폰트 물류센터. 축구장 14개 크기의 대형 창고에서 오렌지색 짐꾼 로봇 수백대가 쉴 새 없이 선반을 나르고 있었다. 로봇 이름은 키바(KIVA)다. 생김새는 로봇청소기를 닮았다. 아마존이 창고 자동화를 위해 도입했다. 키바는 일종의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창고 한편에서는 로봇 기중기 ‘로보-스토(robo-stow)’가 작업 중이었다. 무게 3t이 넘는 컨테이너 박스를 들어올려 위쪽 컨베이어벨트로 옮기고 있었다. 이런 창고 자동화 덕에 듀폰트 물류센터는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찾아 선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60~75분에서 30분 이내로 확 줄였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군림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2일 이 물류센터를 찾았다. 아마존이 한국 언론에 듀폰트 같은 첨단 물류센터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봇과 무인차가 한곳에
키바 로봇을 처음 만든 곳은 키바시스템스라는 로봇 개발사다. 아마존은 이 회사를 2012년 7억7500만달러(약 8800억원)에 인수했다. 물류 혁신을 위해서다. 키바 로봇을 도입하면서 물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물건 선적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였을 뿐 아니라 창고 공간 활용도 50% 이상 개선됐다.애슐리 로빈슨 아마존 홍보총괄은 “아마존의 전 세계 물류센터 120여곳 중 듀폰트처럼 로봇 기반 자동화 공정을 적용한 곳은 16곳”이라며 “이들 물류센터에선 소비자가 주문하면 30분 안에 배송 차가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키바 로봇은 아마존이 판매하는 약 1500만개 상품 가운데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정확히 찾아내 배송 데스크로 옮겨온다”고 설명했다.
키바 로봇이 선반을 배송 데스크로 옮기면 작업자는 물건이 맞는지만 확인한 뒤 컨베이어벨트에 올린다. 아마존은 듀폰트 물류센터의 정확한 주문 처리 건수와 키바 보유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총 3만여대의 키바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하루 평균 주문량은 300만건에 달한다. 로빈슨 총괄은 “키바와 로보-스토뿐만 아니라 화물용 무인 자율주행차도 신속한 물류 처리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드론·빅데이터 활용한 배송까지아마존은 최근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2.3㎏ 이하 상품을 16㎞ 범위에서 30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앞으로 ‘프라임 에어’라는 이름으로 영국 미국 등에서 드론 배송에 나설 계획이다. 배송과 재고 효율화를 위해 빅데이터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잘 팔리는 물품을 분석해 가까운 물류센터에 미리 제품을 보낸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아마존은 소비자가 ‘내일’ 주문할 것을 ‘오늘’ 배송한다”고 말했다.
아마존로보틱스란 자회사도 두고 있다. 여기선 로봇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아마존로보틱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로봇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광으로 알려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미래 기술을 논하는 ‘코드 콘퍼런스 2016’에서 “아마존은 1000여명의 직원이 4년째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직까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아마존 직원 수는 키바 로봇보다 8배 많은 23만명에 달한다. 디터 폭스 미국 워싱턴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듀폰트 물류센터는 혁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로봇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극소수 관리 인력을 제외하면 직원이 필요 없는 무인 물류센터가 나올 수 있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로봇공학과 연구원은 “4~5년 뒤면 인간처럼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조 혁명. 18세기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 혁명(1차), 19세기 전기가 일으킨 대량생산(2차), 20세기 후반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화(3차)에 이어 등장한 생산 방식 혁명이라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린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핵심 의제로 선정된 뒤 세계적 화두가 됐다.
듀폰트(미국)=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