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싼 게 비지떡…서울시립대에서 생긴 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들어서면서 그의 공약대로 서울시립대는 2012년부터 5년째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이 아니라 아예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박 시장의 이 약속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엔 일부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반값등록금이 결국엔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전체 학생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건 반값등록금을 보전하느라 대학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수업과목의 다양성이 줄고 대신 대형 강의만 잔뜩 늘어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실습기자재 등 교육환경이 더 나빠진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박 시장이 무상 등록금을 검토하겠다는데도 총학생회 측이 우리가 원하는 건 좋은 교육이요, 일자리라며 학생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겠나. 반값등록금을 달가워하지 않는 건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학교 지원은 그대로인 채 반값등록금만 강요하면서 수당이 동결되고, 자체 연구비도 확 줄었다는 것이다.반값등록금의 폐해는 비단 서울시립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등록금 규제와 국가장학금 등을 통한 반값등록금 실현을 공약하면서 거의 전 대학이 비슷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등록금 규제로 고등교육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며 개탄한 것도 그런 상황을 대변한다. 교수 연봉이 동결돼 뛰어난 교수들은 다 나가고, 교육·연구·시설 투자가 ‘올스톱’됐다는 것이다. 그나마 재정이 튼튼하다는 연세대가 이 정도면 다른 대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러니 대학은 정부 재정사업에 더 매달리게 되고, 정부는 또 그걸 미끼로 대학을 규제하는 악순환만 끊임없이 반복한다.

반값등록금의 실상이 이런데도 박 시장이 무상 등록금까지 검토하겠다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일각에선 이번엔 정권을 바꿔 아예 무상으로 내달리자는 선동까지 기획한다니 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