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는' 스팩 합병, 증권사들이 웃는 이유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증권사들의 쏠쏠한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합병 성공시 상장 주관 수수료 외에도 자문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합병을 결정한 스팩은 총 20곳에 달한다. KB제5,7호스팩과 하나머스트2호스팩, IBK제2호스팩 등 4곳은 이미 합병을 완료해 신주를 상장했다.스팩은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그 기업을 우회상장시키는 서류상의 회사다. 상장 후 3년간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청산된다. 그러나 합병에 성공하면 스팩을 설립한 증권사는 일반 상장 수준의 인수수수료에 더해 추가로 자문수수료까지 받을 수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2기 스팩부터 상장 수수료 외에 추가로 합병 자문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며 "일반 직상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스팩 합병 주관사인 KB투자증권은 공모자금의 3.5%에 해당하는 3억5000만원을 인수수수료로 받았고, 추가로 5억원을 금융자문 수수료로 책정했다. 퓨쳐스트림네트웍스와의 합병 때도 인수수수료 3억원과 자문수수료 4억6600만원 중 절반 가량을 합병 자문수수료로 가져갔다.셀바스헬스케어(옛 자원메디칼)와 합병한 하나머스트2호스팩의 하나금융투자도 인수수수료 3억5000만원 외에 금융자문수수료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았다. 다만 지엘팜텍과 합병한 IBK제2호스팩은 인수수수료 3억원을 제외하고 추가로 자문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스팩 설립 증권사는 또 합병 후 주가가 오르면 투자수익도 거둘 수 있다. 설립 증권사가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스팩에 투자해야 되기 때문이다.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합병에 실패해 청산되더라도 증권사는 인수수수료의 절반을 건질 수 있다. 스팩 상장시 주관 증권사가 먼저 총 인수수수료의 절반을 받기 때문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남은 50%의 인수수수료를 받는다.스팩과 합병한 기업 입장도 나쁘지 않다. 이미 공모를 마친 스팩의 자금이 있기 때문에 다시 공모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고, 상장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다.

스팩투자 전문 자문사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스팩은 이미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공모주 시장 침체 등 시장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또 일반 직상장은 비교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준보다 20~30% 할인된 공모가를 받지만, 스팩 합병은 기업가치만을 따져 합병비율 정하기 때문에 기업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