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71주년] 자동차털이범과 15년 쪽방촌 봉사…"형·동생 사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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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와 악연을 인연으로 바꾼 경찰들경찰과 그의 손에 잡혀 한때 범죄자로 낙인 찍혔던 이들 간의 ‘아름다운 인연’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5년 넘게 봉사활동을 같이한 ‘커플’을 비롯해 자신을 잡은 경찰과 2년간 60여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새로운 삶을 찾은 이들의 사연 등 다양하다. 올해로 71번째 생일을 맞은 ‘대한민국 14만 경찰’이 범죄자 검거 못지않게 교화의 최전선에 있음을 보여주는 미담 사례들이다.
제2인생 개척한 상습절도범
교도소서 2년간 60통 편지
인간미 넘치는 형사에 감사
◆71번째 생일 맞은 대한민국 경찰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 1명이 국민 452명의 치안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경찰이 접수한 112신고는 1910만4883건으로 하루 평균 5만2342건에 달한다. 지난 19일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현장에서 사제총기범의 총격을 받아 숨진 김창호 경감(54)도 이처럼 바쁘게 뛰어다니는 경찰 중 한 명이었다.
엄정한 법 집행기관으로서 경찰은 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쫓아다닌다. 사소한 말다툼을 해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일상이 돼 버린 터라 경찰들은 언제나 비판과 불만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렇게 홀대받지만 일선 현장에서 경찰들은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때론 범죄자들이 사회에 복귀하도록 이끄는 역할도 한다. 염창파출소 소속 김윤석 경위(53·사진 오른쪽)와 그의 오랜 ‘봉사 파트너’인 박모씨의 인연이 대표적인 사례다.◆범죄인 교화에도 앞장선다
김 경위와 한때 자동차털이범으로 실형을 살기도 했던 박씨는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5년간 서울 영등포 일대 쪽방촌에 사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밑반찬 등을 보내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들의 연은 1998년 시작됐다. 박씨는 차 문을 따고 물건을 훔치는 자동차털이를 하다 김 경위에게 붙잡혔다. 1년6개월 형을 살고 2000년 출소한 그는 김 경위를 찾아가 “살 길을 알려 달라”며 원망 섞인 호소를 했다.
김 경위는 “포장마차라도 해 보라”며 돈을 빌려주면서 “같이 봉사활동을 하자”고 조건을 걸었다. 처음에 마지못해 따라나섰던 박씨는 포장마차에서 남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쪽방촌에 갖다주는가 하면 주민들의 집수리에도 발벗고 나섰다.교도소에서 주고 받은 60통의 편지가 인생을 바꾼 사례도 있다. 경기 부천소사경찰서 강력계 소속 김민중 경사(36) 얘기다. 김 경사는 2014년 상습절도를 저지른 중년 남성 이모씨를 구속시켰다. 김 경사는 이씨를 조사하다가 그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견디지 못해 남의 물건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이씨가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을 시작으로 교감이 싹 텄다. 김 경사의 격려는 이씨에게 용기를 줬다. 이씨는 지난 6월 출소한 뒤 한 공장에 취업했다. 종잣돈을 모아 포장마차를 차리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마지혜/심은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