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시아한림원연합 가입 무산

북한이 아시아 지역 국제과학학술단체 모임인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AASSA)에 가입하려 했지만 이사국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AASSA 이사회는 당초 북한의 가입을 잠정 승인했지만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아 1년 만에 이를 번복했다.

AASSA는 20일 터키 앙카라에서 이사회를 열어 북한 국가과학원이 제출한 가입 신청을 이날 총회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관계자는 “이날 AASSA 총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북한 가입신청안을 총회안건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북한의 가입이 사실상 좌절됐다”고 말했다.당초 AASSA는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북한의 가입 신청을 승인했다. 당시 한국도 중국 러시아 인도 등과 함께 가입에 찬성표를 던졌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만장일치로 통과한 결과는 총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사실상 가입이 확정된 셈이었다.

이사회가 북한 가입 신청을 거부한데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림원 관계자는 “북한 과학기술이 AASSA 운영 목표인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과학기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들어 이사회가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ASSA 이사회에는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전통적인 북한 우방들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은 당초 지난 2014년부터 AASSA 가입을 추진해왔다. 다른 나라의 과학한림원이 민간 독립 기구인 데 반해 국가과학원은 내각 내 정부 기관이다 보니 조직과 운영 원칙을 담은 정관을 제출하지 못해 가입이 무산됐었다. 그러다 지난해 북한은 정식 정관은 아니지만 주요 조직표와 조직 소개를 담은 서류를 새로 제출했다.북한의 AASSA 가입이 좌절되면서 북한 과학자들의 해외 활동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달 말 열린 국제우주대회에도 참가 신청을 냈지만 북한 국가우주개발국(NADA)이 유엔 제재대상에 올라 참가하지 못했다. 대신 북한은 코리아스페이스어소시에이션(KSA)라는 민간 단체를 구성해 참가 신청을 다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ASSA는 한·중·일 3국을 비롯해 러시아 인도 터키 등 34개국의 과학 학술진흥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