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내몸의 건강 지켜주는 생명 유지장치
입력
수정
지면B3
몸에 붙이는 의료기기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펌프를 판매 허가했다. 메드트로닉이 만든 이 제품은 14세 이상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수치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정 용량의 인슐린을 투여해준다. 환자의 몸속에 이식하거나 몸에 부착해 24시간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건강을 지켜주는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 안전과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환자가 다른 필요한 치료를 받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비용과 건강상의 위험도 덜어준다. 이를 사용하는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공췌장에 한발 다가선 인슐린 펌프약으로 관리가 안 되는 1형 당뇨병이나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환자는 외부에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인슐린 주사요법이다. 주사기나 펜형 주입기를 사용해 환자가 정해진 양의 인슐린을 정해진 주기마다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식이 상태나 운동 강도 등에 따라 큰 폭으로 바뀐다. 혈당이 조절 목표치보다 높아진 상태가 오래되면 여러 장기에 다양한 후유증을 남기고 심하면 사지 절단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저혈당 위험도 크다. 환자가 매번 인체에 필요한 최적량의 인슐린을 주입하기가 쉽지 않다. 정량과 주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인체에서 원하는 양 이상의 인슐린이 투입되면 저혈당이 생긴다. 저혈당은 하이포(hypo)라 불리는 혈중 포도당 농도가 필요한 양보다 모자란 상태를 말한다. 음식을 거르거나 너무 적게 먹었을 때, 운동을 심하게 했을 때, 혈당을 낮추기 위해 투여한 인슐린이나 경구용 약제의 양이 너무 많았을 때 발생할 수 있다. 1형 당뇨병 환자는 평균 1주일에 두 번 정도 저혈당을 경험한다. 저혈당은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땀이 심하게 나거나 피로감, 어지럼증 등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당분을 섭취해야 한다. 발작, 의식상실 등이 생기면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 포도당을 보충해야 한다.
내장형 인슐린 펌프(사진)는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몸속 혈당 수치를 확인해 인슐린을 공급한다. 환자 혈당 변동 추이를 24시간 동안 5분 단위로 자동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혈당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되면 인슐린 투입을 중단한다. 이 때문에 혈당을 목표치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저혈당 쇼크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인공췌장에 한걸음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올초 영국 보건임상연구소(NICE)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 펌프 사용을 권고했다. 인슐린 펌프가 의료 비용 등 각종 부담을 낮춰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ICE는 지속적 혈당을 체크하는 데 드는 1인당 연간 비용(200만원), 저혈당 쇼크로 인한 입원 비용(회당 500만~2800만원), 응급실 방문 및 치료 비용(회당 10만~40만원), 앰뷸런스 비용(회당 30만~40만원) 등이 절약된다고 추산했다.급성 심정지 막는 기기도
심장 리듬을 분석해 급성 심정지를 막는 기기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급성 심정지를 경험하는 환자는 한 해 3만명에 달한다. 생명을 유지한 채 입원한 환자는 16.5%, 생명을 유지한 상태에서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는 전체의 4.9%에 불과하다. 뇌 기능을 유지해 일상으로 정상 복귀한 환자는 2%가 되지 않는다.
급성 심정지는 심장 리듬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많이 생긴다. 부정맥 심부전 등이 대표적이다. 급성 심정지가 생기면 심폐소생술(CPR)과 체외형 제세동기(AED) 등을 통해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몸속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기기가 이식형 심장리듬 치료기기(CIED)다.CIED에는 이식형 제세동기(ICD), 심장리듬재동기화기기(CRT) 등이 포함된다. 환자의 몸속에서 심장 리듬을 읽다가 이상 박동이 생기거나 박동이 멈출 위험에 처하면 기기 스스로 심장 근육에 전기자극을 준다. 심정지 환자가 생겼을 때 환자 확인, 응급처치, 이송, 치료까지의 과정을 작은 이식형 의료기기가 대신한다. 이를 통해 심정지로 인한 의료 비용과 생명 위협을 크게 줄여준다.
이들 기기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센서 내장형 인슐린 펌프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입량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CIED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 심박동기는 500원짜리 동전 두 개 크기 제품을 알약 크기로 줄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CIED를 이식한 환자는 강한 자기장을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MRI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기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