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주왕산·주산지·절골계곡…'육지 속의 섬'에 꼭꼭 숨은 가을 비경
입력
수정
지면E5
경북 청송

청송은 교통오지여서 빼어난 자연환경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었다. 푸른 소나무(靑松)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송은 주왕산, 주산지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본격적인 단풍철을 앞두고 더욱 매력을 발산하는 청송으로 떠나보자.천하제일 비경 주왕산

몽환적 풍경 연출하는 주산지
주왕산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주산지는 평균 수심 7.8m의 조그만 산중 저수지다. 조선 경종 1년인 1720년 마을 주민들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주산계곡에 제방을 쌓아 만들었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오랜 역사 동안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바닥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는 농민들이 믿고 의지하던 저수지였다. 둘레 1㎞, 길이 100m에 불과한 작은 호수 가장자리엔 왕버드나무 30여그루가 물에 잠긴 채 자란다.물안개가 깔리는 새벽엔 물과 나무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저수지 위쪽에는 원시림이 자란다. 인근엔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원앙, 솔부엉이, 소쩍새 등을 비롯해 고라니, 너구리, 노루 등도 살고 있다. 주산지는 2003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진작가들이 대한민국에서 새벽 안개가 낀 풍광이 아름다운 3대 저수지 중 첫째로 뽑기도 했다.
원시적 비경 간직한 절골계곡
백석탄의 절경 볼 수 있는 신성계곡
신성계곡은 주왕산을 제치고 청송 8경 가운데 ‘청송 1경’을 차지할 정도로 으뜸가는 계곡이다. 안덕면 신성리 방호정~고와리 백석탄 15㎞ 구간에 걸쳐 있다. 암벽 위에 우뚝 선 아름다운 정자인 방호정과 맑은 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방호정은 조선 광해군 때 문신인 조준도가 어머니를 사모해 지은 정자다. 이곳에서 맑은 길안천을 내려다보는 멋도 그윽하다.
신성계곡의 절정은 백석탄이다. 백옥같이 반짝이는 고운 돌들이 많은 개울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99칸 기와집 볼 수 있는 송소고택
청송이 낳은 김주영 작가
청송이 낳은 한국문학의 거목 김주영 작가의 대하소설 《객주》를 주제로 한 객주문학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저술, 전시, 교육, 체험 공간으로 구성했다. 진보면 진안리 옛 진보제일고에 세워진 이곳은 전국 문학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김 작가의 작품 속 내용과 연관되는 인물과 장소, 상황 등을 전시·체험시설로 조성했다.김 작가는 작가실에서 청송과 관련한 소설을 집필하며 방문객들을 만나고 있다. ‘객주’는 19세기 말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한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청송=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