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친박,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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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존재는 10년 전 與野가 다 알아… 몰랐다면 말이 안 돼”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변인이었던 전여옥 전 의원은 최순실 씨의 존재에 대해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알고 있었고 여의도에서는 다 알고 있었다”며 “몰랐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1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베일에 싸여있던 후보에 대해서 알 수 있었겠냐만 정치인, 특히 친박들은 다 알았다”며 “그러면 그것을 국민들께 보고하는 것이 기본 의무인데 그것을 한 저는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이후 친박들 공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박근혜 키즈’라는 친구들까지 홍위병처럼 홍테를 두르고 저를 매장했다”며 “국민들에게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라고 비판했다.
전 전 의원은 10년 전 상황에 대해 “당시 주변에 ‘좀비’라고 할 수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며 “정치 현장에서 주변에 왔다 갔다 하면 하다못해 인사를 한다든지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박 대통령의 비서였던 ‘문고리 3인방’도 예로 들었다. 전 전 의원은 “이 분들은 의원회관 보좌관들 사이에서도 ‘국회의원급 보좌관’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일체 다른 쪽과 접촉을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이상한 게 참 많았다“며 “저는 여러 상황을 보고 국정이 매우 기이하고, 괴상하고, 괴이한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전 전 의원은 2006년 열린우리당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강행 처리하려 할 때 박 대통령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대표자는 어느 순간에도 고독한 결단을 빠르게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며 “순발력이나 이런 것은 평소에도 부족했지만, 수도 이전 투표도 굉장히 위급하고 긴박한 상황인데 거기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너무 답답해서 저도 모르게 ‘전화 좀 해보세요’라고 했는데 진짜 제 말이 끝나자마자 구석에 가서 전화를 하더라”며 “그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이런 상황을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도 다 경험했을 것”이라며 “최태민과 최순실, 정윤회의 이름을 모르는 분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전 전 의원은 “사실 박근혜라는 한 정치인의 이름을 딴 ‘친박연대’라는 당이 있었던 것 자체가 정치의 이단, 사이비 정치였다고 생각한다”며 “‘진박 감별사’를 자처한 정치인이 있었다는 것은 정치를 했던 사람들은 다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수도 이전 수정안 때도 정말 친박들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지금 세종시 문제도 없었을 것이고, 모든 것이 장막에 가려 누구를 통하지 않으면 전화가 안 됐다는 현실을 방관하지 않았더라면 ‘세월호 7시간’의 완전한 공백도 없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번 사건은 여야나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치”라며 “안다, 모른다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얼굴이 두꺼운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전 전 의원은 정계를 떠난 이후 어떻게 살았냐는 질문에 “열아홉 살인 아들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했고 이상한 협박 전화도 받았지만 구질구질하게 얘기하며 울고 짜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