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밖에서도 수난] '담합' 범위 넓은 EU·미국…정보 교환도 위법

'잣대' 엄격한 선진국
선진국 경쟁당국은 경쟁업체들끼리 마케팅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것까지도 ‘담합’의 범주에 넣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동업자 의식’을 갖고 경쟁사 임직원과 식사하는 것 자체로도 의심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담합과 관련해 가장 강력한 잣대를 들이대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 경쟁당국은 단순한 정보 교환이나 일방적인 정보 제공도 담합으로 판단해 거액의 과징금 폭탄을 던진다.지난해 스페인 경쟁당국에서 총 1억7100만유로(약 21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20개 자동차 업체들은 교체부품 판매 등 마케팅 정보, 수리 및 유지 서비스 전략 등의 정보를 교환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과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EU 경쟁당국 관계자들은 예전부터 담합 억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거액의 과징금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문서 파기’ 등을 통해 경쟁당국의 조사를 방해하면 과징금과 버금가는 규모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2000년대 미국 법무부에서 담합 혐의로 소환장을 받은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업무 관련 서류를 파기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을 낮출 수 있는 협상 기회를 잃었다. 미국에선 사법 절차를 존중하지 않으면 ‘법정모독죄’로 연결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게 경쟁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징금 부과액이 선진국보다 많지 않다는 이유로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경쟁사 간 모임을 여는 것도 피해야 한다. 미국 EU 등의 경쟁당국은 신흥국에서 담합이 발생했고, 해당 국가에서 제조된 제품이 수입되면 ‘자국 소비자에게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본다. 담합 발생 지역과 관계없이 자국의 경쟁법을 적용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